“싸울 필요가 없도록 평화를 구축하고 전쟁 피해를 막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안보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29일 열린 제2연평해전 21주년 승전 기념식에 나란히 참석한 여야 대표가 전·현 정권의 외교 안보 정책 등을 둘러싸고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여기에 전날(28일)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의 후폭풍이 더해지며 여야의 난타전은 한층 심해졌다.
● 여야 대표 안보관으로 정면 충돌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께 당부한다. 발언이 세다고 국방이 강하지 않다. 우월한 전쟁 준비, 확전불사, 종전선언 왜곡 등은 극우 유튜버에게 어울리는 언사”라면서 “실적과 성과로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여권을 향해서도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국가 안보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전날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종전선언 등과 관련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이라고 했던 것에 대한 반박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극우 보수만의 대통령으로 남은 4년을 끌고 가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민형배 의원은 “윤 대통령이 망동을 계속하면 그 자리에 더 있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대통령직 수행에 적절치 않은 점들을 조목조목 제기하겠다”며 ‘탄핵’ 카드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대통령이 한 발언은 정확한 팩트에 근거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김 대표는 승전 기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반발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종잇조각에 불과한 종전선언 하나 갖고 대한민국에 평화가 온다고 외친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엄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민주당 정권에서 해전의 희생자들이 따돌림을 당했다”며 “민주당 권력자들은 북한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채 막연히 북한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를 구걸하며, 자랑스러운 호국 용사들을 욕되게 했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이런 분위기는 기념식장에서도 이어졌다. 여야 대표는 이날 기념식에서 악수만 나눴을 뿐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도 이날 ‘반국가 세력’ 발언에 대해 “지난 정부라든지 특정한 정치세력을 겨냥한 건 아니고 일반적인 말씀”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 경제에 해가 된다면 반경제 세력이라고 볼 수 있고, 우리 안보에 해가 된다면 반안보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며 “만약 반경제·반안보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반국가 세력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李에게 천안함 함장 “사과 없이 그러면 안 돼”
이날 기념식에서 여야 대표는 전승비에 참배하고 헌화했다. 다만 이 대표는 기념식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장과 대면하지는 않았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오늘 최 전 함장을 마주치지 못했다”며 사과나 면담을 고려 중인지 묻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이에 대해 최 전 함장은 페이스북에 “당 대표가 사과 없이 그러시면 안 된다. 숭고한 기념식이라 (대면 항의를) 참았다”며 22일째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은 이 대표를 비판했다. 최 전 함장은 앞서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 등의 ‘천안함 자폭 발언’ 등에 대해 이 대표에게 공개 사과 및 면담을 요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제2연평해전 참전 장병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과 방아쇠를 놓지 않고 임무를 완수했던 그들이 진정한 영웅”이라면서 “위대한 승전의 역사를 우리 함께 기억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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