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 개각]
신임 차관 12명 중 5명 대통령비서관 전진배치 ‘국정 고삐’
통일장관 김영호, 권익위장 김홍일… 野 “불통의 독주 선언”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장관급 2명, 대통령비서관 5명을 포함한 차관급 13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며 국정 장악의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개각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마음) 차관’들을 전면에 배치해 국정 장악력을 극대화하고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 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차관 인선은 국회 인사청문회 등 입법부의 견제 없이 곧바로 임명된다. 부처가 사실상 ‘대통령 직할체제’로 가동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책임 장관제’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김오진 관리비서관과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을 각각 국토교통부 1·2차관으로,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을 해양수산부 차관으로,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을 환경부 차관으로,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으로 임명하는 등 11개 부처 차관 12명에 대한 인선을 단행했다. 5명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부터 윤 대통령과 함께해 온 대통령실 핵심 비서관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집권 2년 차를 맞아 개혁 동력도 얻기 위해선 그 부처에 좀 더 대통령의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서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체부 2차관에는 역도 국가대표였던 장미란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가 깜짝 발탁됐다.
윤 대통령은 차관으로 영전하는 비서관들과 별도로 만나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고위직 공무원으로서 업무를 처리해 나가면서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 달라”고 힘을 실어줬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해 온 이들은 사실상 ‘실세 차관’으로 역할 하며 공직사회에 긴장과 활기를 불어넣게 될 것”이라며 “부처 국실장급 이상 고위직 인사도 이어질 예정인 만큼 윤 대통령의 부처 장악력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명하고 국민권익위원장에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을 임명했다. 김 실장은 김 후보자에 대해 “원칙 있는 대북정책과 일관성 있는 통일 전략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김홍일 내정자에 대해선 “권익위 기능과 위상을 빠르게 정상화할 책임자”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는 완전히 ‘망사’”, “불통의 독주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극단적 남북 대결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을 통일부 장관으로 세우고,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을 덮어준 정치 검사를 권익위원장에 앉히려 한다”고 주장했다.
尹 “약탈적 이권카르텔 맞서 싸워라” 차관 발탁 비서관들에 당부
“이권카르텔과 손잡은 공직자 엄단”… 이틀간 만찬-오찬 함께하며 ‘미션’ 국토부 1, 2차관 모두 비서관 투입 역전세난 등 부동산 현안 해결 속도 국정기조 소홀 부처에 경고 의미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13명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자신의 비서관 5명을 핵심 부처 차관으로 임명한 것은 집권 2년차에 산적한 현안에 대한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 속도감 있게 국정과제를 달성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국정과제 이행 실무를 맡아온 이들이 대통령의 의중과 국정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쇄신의 필요성이 있는 부처로 내려보내 ‘국장 장악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이에 향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한 ‘실세 차관’들에게 자연스럽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이 비서관들 중 상당수가 내년 총선 출마까지 점쳐졌던 만큼 향후 역할론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전날 만찬에 이어 이날 오찬까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대통령비서관 5명과 식사를 함께하면서 향후 부처에서 “약탈적 이권 카르텔과 과감히 맞서 싸우라”며 “이권 카르텔과 손잡는 공직자들은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부처별로 미흡했던 점을 지목하며 각 차관에게 사실상 ‘미션’을 부여하고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를 주문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5명에게 직접 ‘이권 카르텔과 결탁한 공직자 엄단’ 임무를 부여하며 힘을 실었음을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 尹 “과감 인사 조치” 직격한 환경-산업부 모두 교체
이날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국토교통부 1, 2차관이 이례적으로 모두 대통령비서관들로 교체된 것이다. 김오진 대통령관리비서관이 맡는 1차관은 부동산을, 백원국 대통령국토교통비서관이 맡는 2차관은 교통물류 정책을 총괄한다. 특히 국토부 관료 출신이 아닌 김오진 비서관을 1차관에 임명한 건 주택시장 안정을 비롯한 전세사기, 역전세난 등에 국민적 관심이 응축돼 있는 만큼 기존과 다르게 국민의 눈높이 차원에서 부동산 현안에 접근하라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이날 인사를 두고는 집권 2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국정기조에 발맞추지 않고 복지부동한 일부 부처들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서 새로운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다면 과감하게 인사 조치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 발언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강경성 당시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으로 교체됐고, 이번 인사에서 임상준 대통령국정과제비서관은 환경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복지부동한 부처로 지목한 두 부처에 대한 쇄신성 인사가 이뤄진 것.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와 4대강 사업 등 지난 1년간 이행 성과가 부진한 것으로 평가된 환경 정책 전반에 대한 국정과제 이행이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가 해체하려고 했던 4대강 보 활용도를 높이는 것을 비롯해 전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환경영향평가 고의 지연 의혹 등도 살펴봐야 할 대상이다.
이날 해양수산부 차관으로 임명된 박성훈 대통령국정기획비서관은 당분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에 주력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부처나 국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尹, 5명에 “기득권 카르텔 잘 주시하라” 미션
윤 대통령은 전날 저녁과 이날 점심 대통령비서관 5명과 식사를 함께하며 “공직사회에 나가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카르텔을 잘 주시하라”며 “부당하고 불법적인 카르텔을 깨고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관급 인사와 달리 이날 장관급 인사 교체는 당초 예상보다 최소화됐다. 장관급 인사를 대거 교체할 경우 야당이 주도하는 ‘인사청문회 정국’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선 대통령실 근무 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해온 실세 차관들을 통한 윤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강화됨에 따라 책임총리제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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