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 단계부터 30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기까지 내내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입법 독주’로 처리돼왔다.
올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 반대 속에 소위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최장 90일 간 법안을 숙의하도록 한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했지만 민주당은 정의당과 함께 회의 시작 18분 만에 이를 무력화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같은 달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에 제동을 걸었지만 민주당은 곧장 ‘본회의 직회부’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24일 민주당은 정의당과 함께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직회부 안건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은) 야당이 환노위 법안소위 1차례, 안건조정위원회 1차례, 전체회의 2차례 만에 날치기 통과를 한 법안으로, 본회의 직회부가 아니라 폐기해야 한다”(이주환 의원)며 노란봉투법 부의 표결을 집단 보이콧했다.
● 처음부터 끝까지 민주당 ‘입법 독주’ 되풀이
민주당(167석)과 정의당(6석)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뒤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부의 안건을 총 투표수 184표 중 찬성 178표로 통과시켰다. 부의는 본회의에서 안건을 상정 가능한 심의 상태가 됐다는 의미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하청이나 자회사 소속 근로자가 원청 또는 지주사를 상대로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 범위도 대폭 늘어난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조장법’이라 지칭하고 “365일 파업이 가능해서 산업현장은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 법은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를 위한 법이며 평등성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민노총만을 위한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형동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법안을 제대로 읽어봤느냐, 왜 찬성하고 반대하는지 아느냐“라고 따져묻자 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에 맞서 찬성 토론에 나선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폭탄으로 가정이 파괴되는 절망의 시대를 이제 끝내야 한다”고 반박했지만 국민의힘은 반대 토론 후 표결을 거부한 채 집단 퇴장했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의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여야 합의를 시도할 계획이다. 상정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 소속 김진표 국회의장 측은 “김 의장이 다음 본회의 때까지 최대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노란봉투법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설 계획이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 대통령실 “반헌법적, 위헌 요소 심각”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거야(巨野)가 의석수를 앞세워 본회의 직회부에 나선 것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방송3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및 의료법 개정안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대통령실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세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설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가앞서 윤 대통령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보다 반헌법적 측면에서 개정안이 위헌 요소가 더욱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일찍이 내부적으로 법적 검토를 거쳐 거부권 행사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사용자의 재산권(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불법 파업을 부추겨 노동 현장에서의 갈등과 분쟁이 폭증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존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취지의 법이 과연 성립할 수 있는 법이겠느냐”면서 “윤 대통령의 세 번째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정치적 부담을 가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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