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마약에 도취” “수조 물 떠먹는 ‘국짐당’”…여야 막말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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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의) ‘막가파식’ 발언, 저급한 발언 등을 청취하며 점점 하락하는 민주당의 수준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

“(국민의힘이) 불구대천지원수를 대하는 듯한 저주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

여야가 연일 서로를 향한 감정 섞인 ‘막말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어진 거야(巨野)의 잇단 입법 독주에 대한 여당의 반발과,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어가는 ‘전임 정부 탓’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되풀이되는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폭언 수위가 연일 고조되는 것.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까지 각자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자극적인 수위 높은 발언들을 남발하고 있어 여야 협치가 난망하다는 지적이다.

● 막말 주고받으며 감정싸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후 울산시티컨벤션에서 열린 2023년 선출직 당직자 워크숍에 참석해 ‘국민의힘의 비전과 향후과제’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023.7.1 뉴스1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일 울산시당 워크숍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불치의 질병에 걸린 것 같다. 마약에 도취돼서 오로지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이 부의되고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데에 대해 “마약” 표현까지 꺼내며 맹비난한 것.

민주당은 즉각 ‘막말’이라고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을 향해 ‘마약에 도취됐다’고 하는 게 당 대표의 입에서 나올 말이냐”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를 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하더니, 여당 대표마저 그에 편승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라고 했다. 조 사무총장은 “(김 대표가) 사과하지 않고 뭉개면 그에 적절한 당차원의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김 대표가) 할 말을 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후쿠시마 선동 행위, 괴담 정치에 대해 먼저 사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대선 이후 여야가 양극단의 정치를 이어오다 보니 논란성 발언이 나오더라도 이를 수습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독한 말로 대응하면서 ‘막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발언하자 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발끈해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쿠데타로 대통령이 됐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이에 김 대표가 다시 “(‘쿠데타’ 발언 등으로 볼 때) 민주당은 이미 제정신을 잃은 것 같다”고 역공하는 식이다. 최근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표현하자 민주당 내에서 “정신병원에나 가라”(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의 거친 반발이 이어졌다.

● 총선 앞두고 지지층 결집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가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범국민대회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를 규탄하고 있다. 2023.7.1 서울=뉴시스
내년 총선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는 각자 지지층 결집을 목표로 막말 전쟁을 불사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남대문 일대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 대회에서도 지지층을 겨냥한 자극적인 말 폭탄이 쏟아졌다.

당 경기도당위원장인 임종성 의원은 무대 위에서 “나는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고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스스로를 ‘민주당의 핵사이다’라고 소개하며 “수조 물 떠먹는 ‘국짐당’ 의원들을 심판하자”라고 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전날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수조 속 바닷물을 손으로 떠마시며 수산물 안정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정청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장 일본 후쿠시마로 가서 핵 오염수를 한번 마셔보고 가족들에게도 권유하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차라리 똥을 먹겠다’는 발언은) 15년 전 광우병 선동을 하며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 라던 한 연예인과 데자뷔된다”라고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가장 손쉬운 경쟁인 ‘상대방 죽이기’만 이어가고 있다”라며 “양당은 완벽한 정치 기득권 구조 속에 국민들의 정치혐오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자기 이익을 지키고 늘리기 위한 것 외에 국민을 위한 것은 전혀 안중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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