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내정된 비서관 5명엔
“저 아닌 헌법에 충성을” 당부
일부 부처 1급 공무원 전원 사표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밝혔다. 최근 통일부 장차관, 대통령통일비서관까지 동시에 교체한 윤 대통령이 통일정책 총괄라인을 전면 개편한 배경을 직접 강조한 것. 남북 협력에 치중한 기존 통일부 역할과 기조를 바꿔 북한 인권 문제 등까지 정면으로 제기해 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앞서 지난달 29일 지명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참모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이 더 잘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일부는 북한 동향 분석과 대응, 북한 인권 관련 업무 등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으로 이번에 차관에 내정된 5명을 인사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만찬), 발표 당일인 지난달 29일(오찬) 연달아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저에게 충성하지 말고 헌법 정신에 충성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여주지청장이던 2013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국정감사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윤 대통령은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29일 오찬 자리에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이 되는 헌법 정신을 특별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차관 내정자들에게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조금 버티다 보면 또 (정권이) 바뀌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로 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카르텔을, 기득권을 깨는 책임감을 갖고 국민과 국익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는 높이 평가하고 발탁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복지부동’하고 기득권 카르텔과 결탁하는 공무원들을 엄단하라고 주문한 것.
이런 가운데 각 부처는 고위공무원단 중심으로 대규모 내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 전원이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1급 고위공무원들의 경우 인사철이 되면 관례적으로 사표를 내는 경우들이 있었다”면서도 “다만 과거에는 ‘재신임’ 차원에서 내는 것이었다면 올해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게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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