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대표가 개인플레이보다는 팀플레이를 좀 해야 한다. 그리고 일에는 순서가 있고 말에도 순서가 있다.”(친명 정청래 최고위원)
“당의 도덕성을 회복하자는 게 무슨 개인플레이냐. 팀이 나아지도록 쓴소리도 하는 것이 진짜 팀플레이다.” (친이낙연계 A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한 뒤 사실상의 정치 행보를 재개한 가운데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을 두고 양 진영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친명계는 이 전 대표가 귀국 후 첫 지역 일정으로 당 텃밭인 호남을 찾아 이재명 체제를 겨냥해 쓴소리를 내놓은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작 친이낙연계는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전현직 대표 간 기싸움 속 비명계 일각에선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되지 않겠나”라며 ‘분당’ 가능성까지 다시 제기하는 등 잠시 잠잠했던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격화되는 조짐이다.
● 이 전 대표 측 “회동 일정 미정”
이 전 대표는 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같은 날 양산 평산마을로 이동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예정된 귀국 인사”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내에선 지난달 30일 이 전 대표가 2박 3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했을 때 100여 명이 결집한 모습을 보여준 데에 이은 정치적 행보란 해석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4일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지금 해야 할 일부터 우선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 대표와의 회동 일정에 대해선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 전 대표가 귀국 후 일정을 소화하느라 만남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문 전 대통령에 이어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김원기 문희상 전 국회의장, 정세균 전 총리 등 민주당 원로들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라 이 대표와의 회동 일정이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것. 통합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만남에 이 전 대표가 굳이 빨리 나설 필요가 없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당내 계파 갈등 다시 불붙나
이 전 대표의 등판으로 민주당 내 주도권 갈등도 다시 격화하는 모습이다. 당 혁신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다시 목소리를 높이던 친명계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 비명계 초선 의원은 “이 전 대표가 현 지도부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잠잠하던 분당 가능성도 재차 거론됐다. 5선 중진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전날 오후 YTN 라디오에서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할 수 없다고 한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유쾌한 결별’에 분당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그렇다. 뜻이 다른데 어떻게 한 지붕 아래에 같이 있을 수 있겠나”라고 답했다.
친명은 일단 이 전 대표 측과의 갈등을 경계하며 ‘통합’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친명 핵심이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4일 KBS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한 것에 대해 “민주당을 걱정하시는 말씀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적절한 말씀이셨고, 그 방향으로 같이 통합하고 단결해 나가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다만 불만도 적잖이 감지된다. 한 친명 지도부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총구가 윤석열을 향해야 하는데 지금은 약간 민주당에 더 기울어져 있다”며 “지금은 선명하지 않은 야당 지도자는 설 자리가 없기 때문에 추석 때쯤 되면 이 전 대표가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KBC광주방송 인터뷰에서 “지금 현재는 양 이씨(이 대표와 이 전 대표) 두 사람이 하루라도 빨리 만나서 소통하고 손잡고 대여 투쟁을 할 때”라며 “도대체 뭐가 틀어졌냐. 화가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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