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5월 말 발사에 실패한 정찰위성에 대해 “군사적 효용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도 그 구체적인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 사항을 공개할 경우 ‘적’, 즉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6일 브리핑에서 ‘우리 군이 분석한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 수준’에 관한 물음에 “한미 전문가가 정밀 분석한 결과 ‘정찰위성으로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는 데 함축적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실장은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고 판단한 근거’에 대한 추가 질문엔 “현재 남북한은 정전 상태에 있다”며 “(판단 근거 등을 공개할 경우) 우리가 가진 능력·기술이 (알려져) 적에게 이로운 정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북한이 ‘효용성이 떨어지는 정찰위성을 발사한 목적’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언급하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북한은 지난 5월31일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천리마-1형’ 로켓을 쏴 올렸으나, 이 로켓은 추진체 고장으로 목표했던 고도에 오르지 못한 채 서해상에 추락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 발사체 추락 당일부터 이달 5일까지 36일간 탐색·인양작전을 벌여 ‘천리마-1형’ 로켓의 2단 추진체 추정 물체를 비롯한 다수의 잔해를 건져냈다. 이 중엔 ‘만리경-1호’ 위성체의 잔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우주 발사체와 위성체 주요 부분을 분석한 결과,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는 군 당국의 발표 내용을 감안할 때, “위성체에 탑재돼 있던 카메라 등 광학장비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5일(현지시간) 보도된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군의 발표 내용을 근거로 “북한이 ‘종이 인형’(paper doll)에 불과한 위성을 갖고 ‘전 세계를 정찰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세계를 위협하려고 했다”이라고 평가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 시도에 앞서 5월24일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제3차 발사가 성공한 점을 들어 “김정은(노동당 총비서)은 북한이 열등해 보이는 걸 원치 않았을 것”이라며 “군사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에서” 위성 발사를 시도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마커스 실러 박사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상의 위성체 크기를 볼 때 (지상의) 가로·세로 30~50㎝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서구 상업위성 수준인 것 같다”며 “이 정도라면 북한은 자체 정찰위성을 발사하기보다 상업위성 사진을 사는 게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선 탱크·트럭·함정 정도만 식별해도 큰 군사적 효용성이 있을 것”이란 견해를 제시했다.
북한이 해상도 1m급(지상의 가로·세로 1m 크기 물체를 점 하나로 식별) 이하의 카메라를 위성체에 실었더라도 이를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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