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대북훈련 항행경보구역 설정에… 日 “독도방어훈련 준비냐” 취지 문의
독도인근 빼고 새 훈련구역 설정
해군 “훈련 일부 변경돼 축소 조정”… 일각 “日과 마찰 피하려 변경” 지적
해군이 4월 독도 인근을 비롯한 동해상에서 북한의 다양한 도발·침투 상황에 대비한 해상 훈련을 예고했다가 일본 방위성이 독도 방어 훈련을 하는 것이냐는 취지의 관련 문의를 한 직후 독도 인근이 제외된 새 훈련 구역을 설정해 훈련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 개선 중인 일본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훈련 구역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日 방위성 질의 답변 후 훈련 구역 변경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군은 4월 초 북한의 각종 해상 침투 및 도발에 대비한 훈련을 하기 위해 독도 인근 등 동해상 3곳에 항행경보 구역을 설정하고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 민간 선박의 항해와 조업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 해군은 독도 서쪽 약 10km 해상에 가로 약 27km, 세로 약 47km 직사각형 모양으로 항행경보 구역을 설정했다. 독도 인근 영해(12해리·약 22km)도 일부 포함됐다.
나머지 2곳은 동해안∼강원 속초∼경북 포항 동쪽 해상과 동해안∼강원 주문진항 부근 해상에 각각 설정됐다. 북한 해군 전력이 먼바다를 돌아서 은밀히 침투해 우리 연안까지 접근하는 상황을 상정해 이 같은 훈련 구역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해군의 항행경보 구역 설정 직후 일본 방위성은 외교 채널을 통해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인근에 항행경보가 발령된 이유가 뭐냐”는 취지로 우리 군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일 국방무관을 통해 “한국군이 독도 방어 훈련을 준비하는 것이냐”는 취지로 질의를 해왔고, 이에 우리 군은 “그 훈련을 하는 게 아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해상 훈련을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는 것.
그 바로 며칠 뒤 해군은 독도 인근이 포함됐던 기존 3곳의 항행경보 구역 전체를 취소하는 대신 동해안∼기사문(강원 양양)∼후포(경북 울진) 동쪽 해상 1곳에 항행경보 구역을 새로 설정하면서 훈련 구역을 변경했다. 독도 인근에 설정된 항행경보 구역은 취소됐다. 4월 중순에 실제 해상 훈련도 변경된 훈련 구역에서 진행됐다.
이에 대해 해군은 “당초 계획한 훈련 내용이 일부 변경되면서 훈련 구역이 축소 조정된 것”이라며 “훈련 내용과 기상 상황, 참가 전력 등에 따라 훈련 구역이 조정되는 것은 통상적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 방위성의 관련 질의 때문에 독도 인근 해상이 훈련 구역에서 빠진 게 아니라고도 했다.
● 日, 독도 방어 훈련 동향 주시한 듯
하지만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보기엔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독도 인근의 항행경보 구역 설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 정부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훈련 구역을 변경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공조 등 한일 관계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했더라도 일본의 문의 때문에 한국의 주권 사항인 훈련 구역을 변경했다면 파장이 예상된다.
군 소식통은 “한미일 3국의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등 대북 군사 공조가 긴요한 시점에서 일본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훈련 구역을 조정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 방위성이 우리 군에 질의한 지 며칠 뒤인 4월 12일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가 자국의 고유 영토이고, 한국이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이 실린 외교청서를 발간했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기술한 자국의 외교청서 발간을 앞두고 일본 방위성이 우리 군의 독도 방어 훈련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현 정부 출범 후 군은 지난해 전·후반기 동해영토수호훈련(옛 명칭 독도방어훈련)을 모두 비공개로 실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본의 반발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군 안팎에서는 올해 동해영토수호훈련도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 ‘로키’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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