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6·25전쟁) 참전용사인 80대 A씨는 최근 자신을 향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데 대해 겸연쩍어했다.
생활고에 시달려온 A씨는 지난달 말 반찬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힌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9일 국가보훈부와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5월 부산 금정구의 한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총 8만여원어치 식료품을 훔쳤다. 치아 상태가 좋지 않은 A씨는 젓갈, 참치캔 등 씹기 편한 반찬을 살 돈이 부족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6·25전쟁 마지막해인 1953년 참전한 국가유공자다. 그는 제대 후 30여년간 선원 생활을 했지만, 현재는 일정 직업 없어 정부지원금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하나뿐인 딸과는 연락이 두절된 지 오래라고 한다. A씨는 배우자 사망 뒤엔 홀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같은 A씨 사연을 들어 “이는 우리 사회에서 참전유공자가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A씨가 매월 받는 80여만원의 지원금은 정부가 지급하는 참전명예수당과 부산시의 참전수당, 그리고 기초연금이 포함돼 있는 금액이다.
A씨 사연이 알려진 뒤 정부 관계부처에서도 그의 어려운 생활형편과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돕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했다. 보훈부 부산지방보훈청에선 최근 A씨의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을 도왔고, 이와 연계해 월 10만원의 상당의 참전유공자 생계지원금을 추가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
80세 이상 국가유공자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매월 10만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또 부산보훈청 관계자들은 10평 남짓(약 33㎡)한 A씨의 노후 다가구 주택을 직접 방문, 방과 화장실의 형광등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교체하고 출입문엔 방충망도 설치해줬다. 이달부턴 청소, 정리·수납, 반찬 지원, 방역 등 A씨를 위한 재가복지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A씨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주거여건 개선사업 대상자로도 선정돼 올 하반기엔 노후 주택 개보수 비용으로 최대 3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외에도 A씨를 돕겠다며 시민들이 보훈당국과 경찰로 보내온 라면·쌀·참기·죽·생수·단백질음료 등 식료품과 옷·신발 등이 주 1~2회씩 A씨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한다.
부산진경찰서엔 ‘A씨의 식료품 구매와 생활비에 보태 달라’며 현금과 편지를 보내온 경우도 있었다.
시민 B씨는 부산진경찰서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1950년 6월25일, (A씨가)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어선 안 되는 한국전쟁 영웅이란 사실을 접하곤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며 “이들의 피와 땀, 젊음 위에 세워진 땅에서 사는 후손들이 나설 때”라고 적었다.
이외에도 ‘A씨를 위해 써 달라’며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후원금을 전달해온 사례들도 있었다고 한다.
A씨는 반찬 절도 건과 관련해 지난달 말 부산지방법원의 즉결심판에서 20만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사건을 약식재판에 넘기는 것으로서 유죄로 입증되더라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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