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0일 최근 미국의 대북 감시와 정찰 활동이 증가했다며 미 정찰기에 대한 ‘격추’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위협의 강도를 높였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 들어 미국은 각종 공중 정찰수단들을 집중 동원하여 조선반도(한반도)와 그 주변지역에서 적대적인 정탐 활동을 유례없는 수준에서 벌이고 있다”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대변인은 특히 “조선 동해에서는 몇 차례나 미공군 전략정찰기가 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영공을 수십㎞나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미 정찰기의 영공 침범을 주장하기도 했다.
미군은 지난주에 RC-135S ‘코브라볼’을 사흘 연속 출격시키는 등 대북 감시 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북한의 이날 담화는 이같은 미국의 활동에 대한 불만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은 “올해에 들어와 미국은 전략정찰기들과 전자정찰기를 비롯한 공군과 해군의 각종 공중 정찰수단들을 조선 동·서해와 군사분계선 일대 상공에 연이어 투입했으며 고공전략정찰기와 무인정찰기들을 군사분계선 가까이로 북상시켜 비행시키는 등 도발적인 정보수집에 광분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영공까지 무단 침범하며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는 미국의 도발적인 공중 정탐 행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미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 동해상에 격추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또 “지금 우리가 최대의 인내와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며 지금이 바로 미국이 우려해야 할 임계점에 근접한 시기”라며 미국의 군사 활동에 대한 맞대응 차원의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변인은 한미가 지난 4월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을 한반도에 전개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대변인은 “핵탄두를 탑재한 미전략핵잠수함의 조선반도 전개는 1981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전략핵무기가 조선반도 지역에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현 상황은 조선반도 지역 정세가 미국의 도발적인 군사행동으로 분명히 핵충돌 위기로 더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시공간적으로 증명해 준다”고 주장했다.
특히 “핵전략폭격기 ‘B-52H’를 동원한 연합공중훈련들을 연이어 벌려놓고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의 남조선 기항을 제창하는 것과 때맞추어 공중정찰 자산들을 조선반도에 집중시키는 미국의 기도는 너무도 명백하다”라며 일련의 상황들을 ‘북침 위협’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같은 북한의 주장은 한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향후 도발에 대한 명분을 쌓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이 이달 중으로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오는 8월에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포석을 두려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대변인은 “조선반도에서의 군사적 격돌 상태가 최악의 위기에 다가선 오늘 그 책임이 바로 누구에게 있는가를 다시 한번 명백히 해둘 필요가 있다”라며 “조선반도 지역에서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극단의 상황이 조성되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미국의 차후 행동 여하에 달려있으며 앞으로 그 어떤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한은 오는 27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경축을 예고한 상황이다. 때문에 한미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통해 내부 결속을 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