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정찰기 경로 콕찍어 “EEZ 침범”… 軍 “EEZ는 항해-비행 자유 보장된 곳”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2일 03시 00분


北, 미그기 띄워 美정찰기 위협 비행
한미 “영공→EEZ 침범 말바꾸며
北, 전승절 앞두고 도발명분 축적”
美정찰기 어제 북상하다 되돌아가

미국 전략정찰기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비행한 것과 관련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연이틀 ‘격추 위협’ 담화를 내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김여정은 미 정찰기가 10일 새벽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강원 통천군 동쪽 435km 해상에서 EEZ를 침범했다가 북한 공군의 대응 출격에 퇴각한 뒤 다시 강원 고성군 동쪽 400km 해상에서 EEZ를 재차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침범 구간은 북한의 EEZ 내 20∼40km 구역이라며 이곳에서 “필경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도 위협했다.

정부 소식통은 “당시 미 공군의 코브라볼(RC-135S) 정찰기가 김여정이 언급한 구역을 비행했고, 그 과정에서 미그-21로 보이는 전투기의 위협 비행도 있었다”고 전했다. 미 공군이 3대를 보유한 코브라볼은 수백 km 밖의 미사일 발사 징후와 비행 궤적, 탄착 지점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북한이 EEZ 진입을 영공 침범처럼 주장했지만 국제법상 EEZ(영해기선에서 200해리·약 370km)는 해당국의 자원 탐사 및 개발, 보존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인정하는 동시에 타국의 항해나 비행 자유가 보장된 곳이다.

군도 11일 “EEZ 내 비행을 ‘침범’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주장은) 일고의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일본의 EEZ 내로 미사일을 쏴 타국 선박과 항공기 안전을 위협해 온 북한이 ‘적반하장’식 논리를 펼쳤다는 것.

전날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서 “영공 침범”을 주장한 북한이 김여정 담화에선 “EEZ 침범”으로 말을 바꾼 의도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여정이 미 정찰기의 탐지 반경이 “240마일(약 444km)”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북한의 EEZ 내 비행을 시비 건 게 미사일 도발 징후가 미국에 샅샅이 노출되는 상황에 대한 신경질적 반응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격한 반응은 정찰위성 발사 실패에 따른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하는 동시에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주장하는 정전협정일(27일)을 앞두고 내부 결속 차원이란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추가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지 절반이 지난 시점이지만 경제 발전에 큰 성과가 없으니 차라리 군사적 충돌을 일으켜 모든 책임을 미국으로 미뤄버리려 할 수 있다”고 했다.

군은 북한이 미 정찰기의 동해상 전개에 맞춰 미그기를 출격시켜 위협하거나 지대공 또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을 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1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를 이륙해 동해로 북상하던 미 공군의 코브라볼 정찰기 1대는 부산 북동쪽 해상에서 기수를 돌려 기지로 복귀했다. 북한의 위협 상황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에 긴장을 조성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여러 차례 전제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나 북한은 불행하게도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정찰기 eez 침범#격추 위협 담화#한반도 긴장 수위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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