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일할 때 실수령액보다 많아
“노는 사람이 더 받는 기형적 구조”
민주당 “개혁 빙자한 개악” 비판
정부 여당이 12일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구직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업급여 부정 수급에 대한 특별점검도 강화할 방침이다. 최저임금 실수령액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은 ‘역전 현상’을 막겠다는 것.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주최 실업급여 제도 민당정 공청회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현행 실업급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원칙에 뜻을 같이했다”며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란 뜻으로 ‘시럽급여’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에게 주는 실업급여는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의 60%를 지급한다. 하지만 저임금 실업자를 보호하는 취지에서 최저임금의 80%를 하한선(올해 기준 하루 6만1568원)으로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매달 최소 185만 원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최저임금(월 201만580원)을 받는 근로자가 4대 보험료와 세금 등을 빼면 실수령액이 실업급여와 비슷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 실업급여 수급자는 일할 때 받던 월급 실수령액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기도 했다. 이에 실업자의 구직 의욕을 떨어뜨리는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실업급여 지급 요건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 의장은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만 일하면 실업급여를 주도록 하는 것이 실업급여 수급자를 양산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동일 직장에서 24번이나 실업과 재취업을 반복하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 때문에 2017년 120만 명 수준이던 수급자가 2021년 178만 명까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당정은 부정 수급을 예방하기 위해 허위, 형식적 구직활동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노동개악”이라며 반발했다. 홍성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실업급여 부정 수급은 당연히 막아야 하지만 정당하게 실업급여를 받는 노동자에게 피해를 준다면 개혁을 빙자한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과 민노총도 추진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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