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감사 결과]
감사원 “보 해체 결정과정 중대 문제
수질 등 해야할 조사 새로 하지않고… 부적절한 기존 지표 자의적 사용”
위원 추천 단체, 文때 지원금 받기도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洑) 해체 결정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에 나선 건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12월이다. 당시 이재오 전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던 ‘4대강국민연합’은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와 환경부를 상대로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감사를 청구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감사원은 2년 반 만에 감사 결과를 내놨다. 그 결과 보 해체 결정을 이끈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조사·평가위) 민간위원들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추천 인사들로만 구성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또 조사·평가위가 보 해체 결정을 내릴 당시 적용한 평가 지표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이 보 해체 결정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한 만큼, 4대강 보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4월 국무회의에서 남부지방 가뭄 대책과 관련해 “기후 위기로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재평가를 통해 4대강 보 활용 방안을 적극 강구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 “보 해체 평가 때 부적절 지표 자의적 활용”
4대강 사업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을 정비해 홍수 피해를 예방하고 수자원을 확보하며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말 시작됐다. 이후 2년 만에 4대강 바닥을 준설하고, 16개 보를 만들면서 이 전 대통령 임기 중 사업이 마무리됐다.
이번 감사에서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때 결정된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그 결과 조사·평가위의 1기 민간 전문위원 8명이 모두 4대강 사업을 반대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재자연위)’라는 단체가 추천한 인사로만 채워진 점이 문제라고 감사원은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평가위 위원 15명 중 정부 측 위원(7명)을 제외한 나머지 민간위원 8명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모여 구성된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된 만큼 일방적 결정을 내릴 개연성이 컸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자연위는 문재인 정부 당시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사원은 조사·평가위가 당시 보 해체 결정에 영향을 미친 평가 과정에서 부적절한 지표를 적용한 점이 문제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질·수생태 평가 과정에서 관련 법령상 해야 할 조사를 새로 하지 않고, 4대강 보 해체에 유리한 내용이 있고 다른 목적으로 진행된 기존 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가져와 사용했다는 것. 감사원은 이 조사 결과가 보 해체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 감사원, 검찰에 김은경 수사 요청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인 김은경 당시 장관이 조사·평가위 구성에 앞서 환경부 직원에게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단체와 협의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러한 정황 등을 확인한 감사원은 올해 초 김 전 장관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은 당시 김 전 장관 지시로 재자연위 등과 협의했던 환경부 직원에 대해서는 환경부에 인사자료로 활용하라는 통보 조치를 내렸다.
김 전 장관은 2017∼2019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해 13명에게 받아낸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복역 중이던 김 전 장관은 같은 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조사·평가위 8명도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해 11월 ‘4대강국민연합’이 허위사실 유포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이들을 고발한 것. 당시 ‘4대강국민연합’ 측은 이들이 “엉터리 자료에 근거해 4대강에 대한 하천관리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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