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올 초 4대강 보(洑)를 기후변화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 가뭄 대책에 ‘물그릇’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정책을 사실상 뒤집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전임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후 올 초 광주·전남이 반세기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을 겪은 뒤 4대강 보를 다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윤 대통령은 3월 전남 순천 주암조절지댐을 방문해 “그간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 식수 전용 댐, 홍수 조절 댐 같은 인프라 확충과 과학 기반의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4월 환경부는 ‘광주·전남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에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본류 16개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극한 가뭄에 대비해 보 수위를 높여 4대강 영향 구간에 있는 70개의 취수장과 양수장, 71개의 지하수 사용 지역에 생활·공업·농업 용수를 공급하고, 댐과 하천의 물길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당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보 존치를 전제로 하는 대책이냐’는 질문에 “(가뭄) 대책과 보 처리 방안은 별개”라며 “보를 포함해 현존하는 모든 하천 시설을 가뭄 대응에 동원하겠다는 것이며, 4대강 보 처리 방안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뒤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의 발표는 사실상 전임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 정부에서는 하천 생태와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물이 고이지 않고 흐를 수 있도록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이른바 ‘녹조 라테’라고 불린 낙동강 녹조 등 수질 악화 문제가 논란이 되자 그해 6월 문 대통령이 “녹조 발생 우려가 높은 4대강 보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2018년 보 개방에 따른 효과와 영향 조사, 평가와 보 처리계획 수립을 위한 ‘4대강 보 조사평가단’을 구성했다. 이후 ‘4대강을 다시 원래대로 흐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추진한 끝에 2021년 1월 보 해체와 개방을 결정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