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상황 정통한 소식통 밝혀
통상 2달 평가준비서 9달 걸리고
평가협의회는 임기 내 구성 못해
사드 환경평가 ‘고의 지연’ 정황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2월 국방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직후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방침을 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을 중심으로 전임 정부가 사드 정상화를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높이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2017년 10월부터 추진했지만 임기가 끝날 때까지 마무리하지 않은 환경영향평가를 일부러 늦췄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10개월 만에 마쳤다.
당시 NSC 상임위 직후 국방부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고의 지연’ 방침을 정한 만큼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의 관련 지침이 있었는지 따져보기 위한 감사나 수사 요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NSC 결과로 ‘고의 지연’ 방침 정해져”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 2월 15일 NSC 상임위원회가 열린 직후 국방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일정을 최대한 지연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환경영향평가 일정을 고의로 지연한다는 방향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대외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라는 방침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은 주한미군이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사업계획서’를 국방부에 제출하기 직전이었다. 주한미군은 사드 부지 사용계획 등을 확정하는 사업계획서를 2019년 2월 21일 제출했다. 사실상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첫 단추를 꿰는 시점이었던 셈이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당시 NSC 상임위는 미군의 사업계획서 제출이 임박한 시점에 앞으로의 환경영향평가 진행 절차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면서 “NSC 상임위의 결과로 ‘고의 지연’ 방침이 정해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전제로 사드 배치 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면서 2017년 10월 관련 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실제 ‘고의 지연’ 방침이 정해진 뒤 환경영향평가 절차 곳곳엔 지연 정황들이 드러났다. 한미는 2019년 3월 환경영향평가 사업계획서를 최종 확정했는데, 다음 단계인 정부의 ‘평가준비서’ 작성 절차는 그해 12월까지 9개월이 소요됐다.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초안을 작성하고 미측 검토를 받아 완성하는 평가준비서 작성은 통상 완료까지 2개월이 걸린다”면서 “당시 정부는 초안을 미측에 5개월 뒤인 2019년 8월에야 전달했고, 그해 12월에야 평가준비서 작성이 완료됐다”고 했다.
그 다음 단계인 ‘평가협의회’ 구성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2년여간 이뤄지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기 위해선 주민 대표가 포함된 평가협의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국방부가 성주군에 주민 대표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한 번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성주군에 주민 대표 추천을 요청한 건 현 정부 들어서인 지난해 6월이었다. 이어 두 달 뒤인 8월 국방부는 성주군으로부터 주민 대표를 추천받아 협의회를 구성해 지난달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마무리했다.
●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판박이”
정부 안팎에선 전임 정부가 사드 정상화를 고의로 지연한 과정들이 NSC 상임위 개최 이후 일제히 관계 부처들의 은폐·축소·왜곡 등 시도가 이뤄졌던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양상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군 당국이 환경영향평가 고의 지연 방침을 세우기 직전 이뤄진 NSC 상임위의 회의록 등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있는 만큼 수사 등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전임 박근혜 정부 당시 한미 간 합의를 백지화하고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결정한 2017년부터, 사드 정상화 지연 정황들은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간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은 일반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5년 가까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 성주 주민 반대가 컸다면서 환경영향평가 절차는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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