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 현장을 찾았다. 지난 13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40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 상황이 심각하자 윤 대통령이 현장 행보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핵심 참모진 긴급회의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연이어 주재했다. 예정됐던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은 취소하는 등 모든 일정을 호우 피해 대응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가 끝난 직후 헬기를 타고 경북 예천 감천면으로 향했다. 녹색 민방위복을 입은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 9분경 김학동 예천군수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에게 산사태 피해 현황과 관련한 설명을 들으며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은 김 군수의 피해 현황 브리핑을 듣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쑥대밭이 된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경북에서는 같은날 오전 11시 기준 사망 19명, 실종 8명 등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예천군은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지난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예천 지역의 강수량은 243㎜였다. 김 군수는 “(감천면 벌방리는) 83가구 143명이 살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30호가 쓸려가거나 파손돼 주민 중 2명이 실종 상태”라고 설명했다.
마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길가에는 산사태로 쓸려내려오다 거꾸로 뒤집힌 차량 한 대가 놓여 있었다. 또 수백 톤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암석이 켜켜이 쌓여있는 등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이를 본 윤 대통령은 발걸음을 옮기며 참모들에게 “나만 찍지 말고 주변을 모두 찍어놓으라”고 지시했다. 그는 길가 양옆에 암석과 토사물을 가리키며 “저 위에서 쏟아져내려온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또한 민가에서 복구 작업 중인 경찰과 군 장병들에게 “수고가 많다”고 격려했다.
尹대통령, 이재민 임시거주시설 방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4분경 이재민 임시거주시설로 쓰이는 벌방리 노인복지회관을 방문했다. 노인회관 안에는 주민 등 40여 명이 모여 있었다. 회관 안방에서는 80~90대 할머니 20여 명이 나란히 앉아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아이고, 얼마나 놀라셨어요. 앉으세요, 앉으세요”라고 인사를 했고, 한 할머니는 윤 대통령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해외에서 산사태 소식을 듣고 주택 뒤에 있는 산이 무너져 민가를 덮친 것으로 생각했지, 몇 백 톤 바위가 산에서 굴러올 정도로 이런 건 저도 살면서 처음 봤다. 얼마나 놀라셨겠느냐”고 위로했다. 이어 “여기서 좁고 불편하시겠지만, 조금만 참고 계시라. 식사 잘 하시고. 정부에서 다 복구해드릴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마치고 올라가서 잘 챙겨서 마을 복구할 수 있게 다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 할머니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정부에서 다 해야할 일이니까 기다려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에서 “복구 작업과 재난 피해에 대한 지원 역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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