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피해]
尹 “혈세, 국민 눈물 닦는 데 써야”… 격앙된 어조로 보조금 폐지 언급
野 “카르텔 핑계대며 책임 회피”… 여권 일부 “수해에 카르텔은 왜”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의 ‘정치 보조금’을 전부 삭감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 혈세는 재난으로 인한 국민 눈물을 닦아 드리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권 카르텔에 대한 발언 대목에서는 작정한 듯 몹시 격앙된 어조였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의 정치 보조금을 전부 삭감하고, 농작물 피해 농가와 산 붕괴 마을 100% 보전에 투입하라”고 했다.
정부가 6월 전수조사를 통해 민간단체의 국가보조금 부정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5000억 원 이상의 감축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의 ‘민간단체 보조금 집행’ 실태에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 정치 편향성을 띠거나 활동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게 집행된 것으로 드러난 노동 및 시민단체 보조금이나 태양광발전 분야 등이 일단 대상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 대통령실 “환경단체 등 이권 카르텔 겨냥”
윤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이날 국무회의에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복구 인력, 재난 관련 재원, 예비비 등 정부의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국민 눈물 닦는 데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재정을 쓰라”며 “이런 데에 돈 쓰려고 긴축재정을 한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피해 현장 방문에 이어 이날도 충남 공주시 탄천면을 방문해 “예산 투입 많이 할 거니 걱정하지 말라”며 피해 농민들을 달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정치 보조금 전부 삭감’ 발언에 대해 “이권 카르텔에 쓰이는 보조금을 제로(0)로 만들면 예산에 여유가 생긴다. 이를 우선적으로 수해에 쓰자는 것”이라며 “장관들에게 ‘이권 카르텔’로 새고 있는 세금을 싹 끌어모으라는 지시”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겨냥한 이권 카르텔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와 관련해 미호강 정비를 막았던 환경시민단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우로 미호강이 범람하며 순식간에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됐는데, 그 배경엔 미호강 배수 능력 향상을 위한 정비를 막았던 환경단체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국가보조금으로 오히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부추겨온 환경단체를 비롯한 이권 카르텔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궁평2지하차도 침수는 인재이며 경직된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보조금을 받은 환경단체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고 말했다.
● 野 “정치적 이용 안 돼”
윤 대통령의 ‘정치 보조금 전부 삭감’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이 시스템 핑계를 대면서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판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권 카르텔 운운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되고,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보조금이 잘못 지급됐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조사, 수사, 처벌, 환수, 폐지 등등은 모두 법대로 절차대로 해야 하는 것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일의 순서도, 법적 근거도 없이 내키는 대로 예산을 쓰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나도 위험한 인식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 반윤(반윤석열) 그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런 메시지를 낼 것을 대통령에게 조언한 참모는 당장 잘라야 한다”며 “이권 카르텔은 정치적 용어이고, 수해 복구는 절박한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염치가 있다면 수많은 생명들을 잃은 이참에 또 카르텔을 들먹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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