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감사 결과 발표]
감사원, 4대강 감사 보고서
反4대강 단체, 배제할 인사 ‘N’ 표시… 보 해체 논의 43명중 25명 추천
환경부, ‘N’ 표시 41명 후보 배제… 감사원 “공정성에 대한 신뢰 훼손”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등 결정 관련 감사 보고서에는 4대강 반대 단체인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재자연위)’가 4대강 조사·평가단 내 기획·전문위원회 구성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 등이 담겼다. 특히 재자연위는 전문위 후보 명단이 담긴 엑셀 파일에 4대강 사업을 찬성한 후보 이름 앞에 ‘N(NO)’을 표시해 환경부에 전달까지 했다. 감사원은 이 단체가 위원회 구성을 사실상 좌지우지했다고 봤다. 또 환경부가 이 단체와 협의하는 과정 등에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인 김은경 당시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고 적시했다.
● 4대강 반대 단체 ‘NO’한 41명 모두 위원 배제
이날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2018년 7월 4대강 조사·평가단이 구성되기도 전에 재자연위와 간담회를 열어 조직 구성을 논의했다. 또 환경부 실무자에겐 조사·평가단 구성·운영 및 세부 규정 등을 정하는 환경부 훈령 제정을 재자연위와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김 장관은 같은 해 8월 4대강 조사·평가단 팀장에게 재자연위로부터 추천 명단을 받아 전문위를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팀장은 이메일로 관계 기관 등으로부터 추천 받은 위원 후보 169명 명단을 유출했다. 재자연위 관계자는 이 명단에 ‘N’ 표시를 달았다. 환경부는 재자연위가 4대강 사업에 찬성, 방조한 인사라고 판단해 ‘N’ 표시를 한 41명은 모두 위원 후보에서 배제했다.
결국 최종 확정된 43명의 전문위원 중 재자연위 추천 인사는 25명(58.1%)에 달했다. 게다가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최종 결정하는 기획위 민간위원(8명)은 전문위에서 호선 등으로 선정되는데 이들은 모두 재자연위 추천 인사로 구성됐다. 사실상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하는 민간위원들은 ‘4대강 반대론자’로만 구성된 것. 감사원은 “구성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 “아무 생각 없는 국민들 ‘말 되네’ 할 것”
이번 감사에선 위원회가 환경부의 청와대 보고 시한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보 해체의 경제성 평가를 강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보 운영 기간’과 ‘보 해체 후’를 상태를 비교해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음에도 ‘보 해체’ 상태를 모델링하지 않고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 측정자료를 지표로 활용했다. 이들 모두 보 주변 실제 상태를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당시 일부 위원들은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었다. 감사원이 공개한 당시 기획위 회의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과거 자료는 (그대로 쓸 수 없는) ‘노이즈(잡음)’를 안고 있다” “우리 반대편에 있는 전문가들이 볼 땐 (과거 자료를 그대로 쓰면) ‘웬 무식한 이야기냐’고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보 개방 후’ 자료의 경우, 영산강 내 승촌보 죽산보 등 2개 보를 유지해야 한다는 결과 값이 나오자 위원회가 이를 최종 결정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당시 회의록에선 한 위원이 “우리가 ‘보 설치 전’ 수치를 쓰는 게 아무 생각 없는 국민들이 딱 들었을 때 ‘그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다. 메시지 전달용으론 ‘보 설치 전’이 괜찮다”고도 했다.
감사원은 “국정과제에서 설정된 보 처리 방안 마련 시한에 얽매여 핵심 평가 방법·기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간(2개월 내) 내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청와대는 2018년 12월까지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하라고 환경부에 지시했다. 이에 환경부는 12월 21일 1차 기획위 회의 전 청와대에 이듬해 2월까진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보고했다. 당시 기획위 회의에선 “좀 더 숙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 일부 위원의 우려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 결과에 대해 “수해를 막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전 정부에 돌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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