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20)의 영결식이 22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에서 엄수됐다. 유가족과 해병대 1사단 장병 등 800여명이 채 상병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채 상병의 어머니 하모씨는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지인의 부축을 받으며 영결식장을 지켰으며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이종섭 국방부장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수십명의 내빈들도 참석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영결식장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국회의원 등이 보낸 화한과 근조기 수백여개가 놓였다.
채 상병의 부모는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채 상병 부모 대신 입장문을 낭독한 유가족은 “많은 국민의 관심과 위로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다”면서 “대통령을 포함해 수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귀한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을 기억하며 힘을 내 살아보겠다”고 했다.
또 “군·소방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수근이가 사랑했던 해병대에서 철저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대원들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춰 해병대는 다르다는걸 체감할 수 있게 해달라”며 “우리 수근이가 살아서 같이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고 울먹였다.
채 상병의 동기생인 진승현 일병은 “하나 밖에 없는 내 동기생 수근아”라며 애타게 부른 뒤 추도사를 낭독했다.
진 일병은 “너는 내게 ‘항상 잘하고 있다’고 다독이며 응원을 해 준 친구였다”면서 “다음 외출 땐 술도 한 잔하자고 했는데 그 약속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다시 볼 수 없어 마음이 찢어진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편안한 곳에서 쉴 수 있도록 기도한다”면서 “너를 만난 게 행운이었고 네가 못다 이룬 꿈까지 내가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어머니 하씨는 추도사 낭독을 마친 진 일병을 두 팔로 끌어안고 오열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에서 실종사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소방·군 당국 등은 약 14시간 만에 예천군 호명면 월포리 고평대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상병을 발견했다.
당시 채 사병은 구명조끼나 로프 등 안전 장비를 갖추지 않았다. 해병대가 이번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수상탐색 임무를 수행한 장병들에겐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했지만 채 상병처럼 하천변 탐색 임무를 맡은 장병들에겐 이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는 “현재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면서 “호우피해 복구작전에 투입된 부대의 안전 분야에 대해 현장에서 점검하고 보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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