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2019년 회의 녹취록 확보
文정부 보 해체 졸속결정 정황
기획위원 “보마다 여론 등 엇갈려
그런거 다 얘기하면 해체될것 없어”
“한 수계에서 (해체시킬 보) 하나 정도는 솔직히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강·영산강 보(洑) 해체를 결정한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조사·평가위) 회의에서 한 위원이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환경부 공무원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으로 확보한 조사·평가위 회의 기록에 위와 같은 발언들이 있었다는 것. 감사원은 앞서 20일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등 결정 관련 감사 보고서를 통해 4대강 반대 단체인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재자연위)’가 조사·평가단 내 기획·전문위원회 구성 등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 등을 공개한 바 있다.
감사원이 파악한 2019년 2월 13일 조사·평가위 3차 회의 녹취록엔 객관적 근거나 여론과 관계없이 보 해체는 이미 결정된 것이라는 식으로 기획위원들이 논의한 정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선 “보마다 뭐 문제 지역 여론이라든지 엇갈리는 부분이 얼마나 많겠습니까”라며 “그것을 하나하나 다 이야기한다 그러면 해체해야 될 것 하나도 없겠죠”라는 언급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일부 위원들이 결과를 정해 놓고 무리하게 보 해체에 나섰다고 볼만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회의 기록엔 기획위원들의 언급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며 “사실상 보 해체를 결정해 두고 논의한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앞서 2018년 12월 21일 진행된 조사·평가위 1차 회의에선 신중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묵살된 사실도 확인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한 기획위원은 “워낙 또 이게 급하게 진행되는 부분이어서 이 결정이 맞나 저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 해체 결정 과정에 대한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 하지만 이 의견은 다른 위원들에 의해 결국 묵살됐고, 결과적으로 보 해체 결정이 내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런 발언들은 감사원이 20일 공개했던 감사 보고서엔 나오지 않았던 내용들”이라며 “보 해체 과정과 관련해 졸속하게 결정된 정황들이 추가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환경부는 2018년 8월 문 전 대통령 훈령에 따라 4대강 조사 평가단을 설치했고, 조사평가단 내에 조사·평가위를 두게 했다. 조사·평가위의 위원 15명 중 정부 측 위원(7명)을 제외한 나머지 민간위원 8명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모여 구성된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됐다. 이렇게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위는 4대강 보 처분 방안을 결정하는 핵심 기구 역할을 했다.
당시 회의기록을 통해 4대강 보 해체 졸속 결정 과정이 추가로 드러남에 따라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해체 결정이 내려졌던 4대강 보를 존치시키는 방향으로 재검토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보 해체 결정 과정에서 절차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명확하다”면서 “해체 결정에 문제가 있으면 존치시키는 것 외 다른 것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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