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주년]
학생 20명 부산 유엔기념공원 찾아
美교사 “세계인에 영감 주는 공간”
공원측 “전사자 명비 이으면 20km”
“이곳에 안장된 군인 대부분이 20대 어린 나이에 전사했습니다.”
20일 부산 남구의 유엔기념공원. 들뜬 표정이던 한미 고교생 20명의 얼굴이 금세 진지해졌다. 문화해설사에게서 공원 내 6·25전쟁 유엔군 전사자 안장 현황과 당시 3만6492명에 달한 미군 전사자 이야기를 들은 뒤였다. 공원에는 유엔군 전사자 유해 2320구가 안장돼 있다. 이 중엔 미군 유해 40구도 있다.
이날 공원을 찾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고등학교 라셀러 칼리지 프리패러토리 학생 10명과 충남 공주고 학생 10명은 유해 일부가 안장된 상징구역을 향해 묵념했다. 이들은 글로벌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곳을 함께 찾았다.
헨리 사이먼슨 군(18)은 “유엔군 전사자가 4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나는 군대에 가는 걸 상상해 본 적 없는데 내 또래이거나 더 어린 군인이 많았다는 사실은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공원 한편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에는 당시 참전한 195만7733명 중 전사한 4만896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가로 75cm, 세로 200cm인 석판 114개와 가로 120cm에 세로 300cm인 석판 26개 등 총 140개로 이뤄진 추모명비에 이름이 빼곡했다. 공원을 관리하는 재한유엔기념공원 관리처 관계자는 “명비 이름을 모두 이으면 길이가 20km를 넘는다”고 전했다.
사이먼슨 군과 함께 공원을 찾은 공주고 학생 임지율 군(17)은 “유튜브로만 공원을 봤는데 실제로 보니 슬프고 감사하다”며 “한미동맹 70주년을 앞두고 미국인 친구와 함께 와보니 더 와닿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들을 인솔해 온 미국인 교사 니컬러스 노먼 씨(39)는 할아버지가 6·25 참전용사라고 했다. 그는 “공원엔 참전용사들이 경험한 삶과 죽음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있다”며 “지금도 분쟁으로 신음하고 있는 세계인에게 큰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고 했다.
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다. 약 13만4000㎡(약 4만600평)인 공간 곳곳을 돌아보면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중요성, 국제 연대의 가치와 희생의 숭고함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이날 학생들을 인솔한 공주고 교사 오대석 씨(51)는 “이번 글로벌 교류 프로그램의 주제는 과거를 알고 미래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라며 “주제의 시작점이 될 공간으로 이 공원이 가장 적합했다”고 했다.
공원에는 참전용사 유해 6000구 이상을 더 수용할 수 있는 터가 있다. 6·25 참전용사인 이근엽 전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93)는 “아시아 변방이었던 나라가 유엔군의 희생에 힘입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만큼 사후 안장에 더 적극 나서는 등 이들에게 예우를 다하면 후손들도 한국을 제2의 조국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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