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과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최고지도자가 20일 오후(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인민이사회관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2023.7.21/
김진표 국회의장이 투르크메니스탄과 필리핀까지 6박8일간의 공식 방문을 마치고 26일 귀국길에 오른다.
우리나라의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핵심 협력국으로 꼽히는 양 국가에서 김 의장은 한국과의 경제협력 전반을 논의한 것은 물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우리 국회의장이 투르크메니스탄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필리핀의 경우 2015년 정의화 의장에 이어 8년 만이다.
◇훈장 받은 김 의장…투르크멘서 조선·신도시·여객 항공편 협의
먼저 김 의장은 이번 순방에서 19일부터 22일까지 2박3일간 투르크메니스탄에 머무르며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국가최고지도자 겸 인민이사회 의장,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과 연이어 회담했다.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지난해 수교 30주년, 올해 호혜적 동반자 관계 15주년을 맞았다.
김 의장은 양 인사와의 만남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조선 산업과 신도시 건설, 인재양성 및 여객 항공편의 조속한 개설 등에 대한 한국 측의 협력을 논의했다. 특히 투르크메니스탄 측은 대규모 화물 수송선과 같은 조선업 분야, 아르카닥 신도시 2단계 건설 사업을 짚어 한국 기업의 도움을 요청했다.
최고지도자는 김 의장에게 자동차 부문 또한 한국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 의장은 이에 양국 경제 협력 확대를 위해서는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현지 전문인력 양성 기관을 설립하고 △양국 간 여객 직항편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투르크메니스탄 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김 의장은 투르크메니스탄 국회를 찾아 뒤냐고젤 굴마노바 국회의장과 면담을 가진 후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연설도 했다.
김 의장이 연설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민족시인 ‘막툼굴리 프라기’의 시 일부를 투르크메니스탄어로 읽자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 외에도 김 의장은 아르카닥 신도시를 둘러보고 투르크메니스탄이 자랑으로 여기는 카펫 박물관도 방문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최고지도자는 김 의장에게 자국에서 가장 영예로운 훈장으로 일컬어지는 ‘비타랍릭(Bitaraplyk·중립) 훈장’을 수여했다. 앞서 이 훈장은 2019년 하마드 바레인 국왕, 2021년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등에게 수훈됐다.
의장실 측은 “투르크메니스탄 측 외교장관이 전 일정을 동행했고 사실상 지금까지 정상에게만 수훈한 훈장까지 수여한 만큼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굴마노바 국회의장은 자신이 주최한 김 의장 초대 만찬에서 한국 독립운동가인 김광섭 시인의 ‘나의 사랑하는 나라’를 거론하며 김 의장 측을 환대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5일(현지시간) 부통령실에서 사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과 면담을 갖고 있다. (국회 제공) 2023.7.26
◇광물 개발부터 원전·방산·FTA까지…한-필리핀 실질 협력 강화
김 의장은 투르크메니스탄에 이어 내년 양국 수교 75주년을 앞두고 필리핀도 공식 방문했다. 페르디난드 마틴 고메즈 로무알데즈 하원의장,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 후안 미구엘 주비리 상원의장 등과 잇따라 면담을 갖고 역시 광물·원전·방산·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실질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 의장은 24일 만난 로무알데즈 의장의 필리핀 광물 개발 협력 제안에 긍정하는 한편 필리핀의 광업, 제조업 고도화를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면서 필리핀 ‘바탄 원전’ 재가동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필리핀 측이 이미 우리 측에 FA-50 전투기, 호위함, 초계함, 원양경비함 등을 주문한 가운데 방산 분야 또한 협력을 더 강화하자는 데 뜻이 모였다.
2021년 10월 타결된 한-필리핀 FTA에 대해서도 속도를 내 각국 국내 절차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은 로무알데즈 의장을 향해 “어느 의회가 더 빨리 비준하는지 내기를 하자”고 제안을 해 양국 관계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양국에서 한-필리핀 FTA에 관심을 갖고 우선순위를 두자는 취지인 셈이다.
김 의장은 25일 두테르테 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는 전날(24일) 마닐라 동포 및 지상사 대표 간담회에 참석해 메모한 건의사항들을 꺼내놓았다. 필리핀 다바오 지역 최초 여성 시장을 지낸 두테르테 부통령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이다.
김 의장은 필리핀 내 4만여 한인사회와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필리핀 정부가 각별히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또 현재 100mL당 6페소 수준인 ‘설탕세’를 2배로 인상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식음료 가격 인상 부담이 빈곤층에게 전가될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두테르테 부통령은 다음날(26일) 자신이 주재하는 ‘국가경제발전위원회’에서 설탕세 문제를 다뤄보겠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가사도우미·요양보호사 등 필리핀 우수 인력의 한국 송출 협의가 필요하다는 김 의장의 언급에는 자국에 ‘이주노동자부’가 신설돼 있는 만큼 잘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광업·제조업 발전을 위한 전력 확보 문제 또한 하원에 설립된 ‘원자력 특별위원회’ 의장과 에너지부에 내용 전달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인프라 관련 슬로건인 BBM(Build Better More)을 두테르테 부통령에게 언급하면서 “한국 기업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두테르테 부통령은 “관계 부처인 고속도로 공공사업부에 전달해 관심과 협조를 당부하겠다”고 했다.
두테르테 부통령과의 면담 후 만남을 가진 주비리 상원의장은 소형모듈원전(SMR)에 관심을 표하는 한편 김 의장이 ‘한국의 정상급 조선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잠수함’을 언급하자 긍정적 의사를 표했다. 그는 “내년 군 예산 증액을 계획하고 있어 전함·잠수함, 전투기 획득 등 다양한 무기체계에 관심이 있다”고 화답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4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하원의회 사우스 윙 별관에서 로무알데즈 하원의장과 업무 오찬을 하고 있다. (국회 제공) 2023.7.25
◇‘부산 엑스포’ 거듭 지지 요청…각국 ‘호의적 검토’ 화답
양국과의 실질 경제협력을 신장한 것 외에도 이번 순방의 주요 목표였던 부산 엑스포에 대한 지지 의사를 거듭 다진 것도 성과로 꼽힌다. 김 의장은 순방에서 만난 모든 인사들을 향해 ‘부산 엑스포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 번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21일자 현지 일간지(뉴트럴 투르크메니스탄)에 김 의장과 최고지도자의 회담을 소개하면서 ‘김 의장이 투르크메니스탄의 부산 엑스포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고 보도됐다.
필리핀의 로무알데즈 의장, 두테르테 부통령, 주비리 상원의장 또한 김 의장의 제안을 두고 한국에 대한 높은 기대를 표하면서 호의적으로 검토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장은 현지에서 뉴스1과 만나 “올해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최종 투표는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데, 결국에는 마지막까지 투표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지 않아야 한다”며 “즉 지금은 그간 교섭해왔던 것을 보자기에 잘 싸매 표를 관리하는 ‘랩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세계 각국에 지점망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우리나라 표’를 확인해줘야 한다”며 “또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기업계가 서로 단결해야 하고 여기에 국무조정실, 부산엑스포 당국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까지 모두 협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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