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 가족이 29일 청와대에 모여 전시회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를 함께 관람했다. 여섯 대통령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초대한 이날 모임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 며느리 조혜자 여사, 윤보선 전 대통령 아들 윤상구 동서코포레이션 대표,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대표이사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이런 만남은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이라며 “자학(自虐)과 부정의 대통령 역사관에서 벗어나 통합과 긍정의 대통령 문화가 퍼지고 이를 다지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입모아 말했다.
박 장관은 “우리 대통령들은 자유민주주의, 한미동맹,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를 이뤄 대한민국 기적의 역사를 이끄셨다”며 “이 자리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역대 대통령들의 고뇌와 결단, 헌신과 국민에 대한 사랑으로 만들어졌음을 확인·기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동적인 현대사 속의 갈등과 대립을 후대의 대통령 가족들이 역사적 화해를 통해 극복하고, 새로운 통합과 전진의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만들자는 다짐의 만남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 본관에서 개막한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특별전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는 역대 대통령의 삶과 라이프 스타일을 상징하는 소품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지금까지 23만 명이 관람했으며, 전시는 다음달 28일까지 진행된다.
전시장을 둘러본 참석자들은 “청와대에서 펼쳐졌던 리더십의 역사를 상징하는 소품과 사진을 통해 관람자들을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고 은근하고 친근하게 전달하고 있다”며 “과거 우리 사회 일각에서 득세했던 자학적인 역사관, 공과의 논쟁에만 치중하거나 약점 찾기 위주의 대통령 역사문화를 새롭고 건강하게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 여사는 “아버님이 쓰시던 영문 타자기가 꿈틀대는듯해 감회가 새롭다”며 “외교 인프라가 부족하던 그 시절 아버님은 직접 외교 문서를 쓰셨고 한미동맹과 관련한 문서를 작성하셨다”고 말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아들 윤상구 대표는 “아버지가 경무대라는 이름을 청와대로 바꾸셨다”며 “여기 전시실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다. 나라 발전의 집념, 국민 사랑과 통합의 대한민국만이 살아서 숨 쉬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지만 회장은 “아버지는 군인이 되시기 이전에 초등학교 선생님이셨고 그림도 잘 그리셨다”며 “누나(박근혜)의 대통령 시절 사진 ‘저도의 추억’은 어머니가 숨진 뒤 쓰신 아버지의 시 제목인데, 어린 시절 가족 모두가 저도에서 보낸 휴가가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노재헌 이사장은 “아버지 재임 중 88 서울 올림픽 개최와 북방외교의 집념은 국민 통합의 지평을 뚜렷이 확장하기 위해서다”며 “아버지는 노래를 잘하셨고 퉁소와 휘파람 솜씨에다 부대마다 노래(부대歌)를 작곡하셨다”고 전했다.
김현철 이사장은 조깅화를 보며 “새벽 조깅은 아버지에게 국정에 대한 절대 고독과 그리고 담대한 결심을 하는 일종의 집무 의식이었다”며 “아버지께서 유훈처럼 강조하신 ‘통합과 화합’은 민주화 이후, 자유민주주의 성취 이후 우리 정치권에 던지는 주문”이라고 말했다.
김홍업 이사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부부를 초청한 청와대 만찬 기념사진을 보며 “아버지는 국정 경험을 나누면서 국난 극복의 지혜를 얻고자 자리를 마련했으며, 국민에게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