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부실공사 처벌-감리 강화 등 발의
국토위 법안소위 논의조차 안해
“입법 지연으로 부실 예방 못해”
21대 국회 들어 부실공사 처벌, 감리 실태 점검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부실공사 방지법’이 최소 13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실공사 방지법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8건, 주택법 개정안 2건, 건축법 2건, 건설산업특별법 제정안 1건 등 최소 13건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13건 가운데 6개 법안은 지난해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잇달아 발의됐지만 이후 국회 논의가 멈춰 버린 것. 여야가 입법을 통해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와 같은 일을 예방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재발 막을 ‘처벌 강화법’ 논의 안 돼
지난해 사상자 7명이 발생한 광주 붕괴 사고 뒤 부실공사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건설사의 고의·과실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영업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뒤 5년 이내에 다시 법령을 위반하면 3년간 시공사 등록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광주 붕괴 사고 전에도 처벌 강화 법안은 발의됐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2020년 6월 부실공사로 건물이 기울어지는 등 주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건설사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상한을 현행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도 과징금 상한을 기업 규모별로 차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법안소위에서 계류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부실공사 처벌 강화를 ‘철근 누락’ 재발 방지의 핵심으로 꼽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광주 붕괴 사고 때 강하게 처벌했어야 했다”며 “원칙을 지키지 않을 때 어떤 처벌을 할지 법을 마련해 건설 현장에서 편법을 찾지 않도록 막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감리 실태 강화할 입법 필요”
감리 단계에서 철근 누락 등을 적발하는 효과를 담은 법안도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지난해 1월 발의한 건축법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상복합건축물은 감리자 지정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해 적합한 감리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당 조오섭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감리자가 제대로 시공관리나 안전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실태를 점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법안소위 단계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현행 감리 체계를 보완하고 감리 실태 점검을 강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이번 무량판 구조처럼 특수한 보강재를 쓰는 경우에는 보다 전문성이 높은 감리가 필요하다”며 “감리의 전문성을 높여 시공 단계에서의 문제점을 잡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발주부터 설계, 시공, 감리 등 모든 단계에서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건설산업특별법 제정안도 발의됐지만 대한건설협회 등의 반대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김교흥 의원은 2020년 9월 건설공사 참여자별로 안전 책임을 지게 하는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과 유사해 현장에서 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토위에 머물러 있다. 국토위 관계자는 “이 법안은 건설 현장에서 발주자의 안전책임을 다루고 있어 이번 사태에서 LH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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