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혁신위 조기 해산” 목소리
혁신위 쇄신 작업 차질 불가피 전망
비명 “이재명 리더십 타격 받을 것”
與는 경로당 찾아 “냉방비 10만원씩”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노인 비하’ 발언 논란과 관련해 3일 뒤늦게 사과했다. 그동안 “오해하지 말라”며 해명만 이어가던 김 위원장이 나흘 만에 ‘늑장 사과’에 나선 건 사태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당 안팎에서 김 위원장의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비판이 빗발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위원장의 사과에도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혁신위 해체’ 요구가 쏟아지는 등 반발이 심해 향후 임기가 한 달여 남은 혁신위의 쇄신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선 “‘친명(친이재명) 혁신위’가 동력을 잃으면서 ‘이재명 리더십’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 사퇴 요구 일축한 김은경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이런 상황을 일으키지 않도록 더욱 신중히 발언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혁신위원들과 함께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사무실에서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등을 만나 “어르신에 대해 공경하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며 사죄의 뜻을 전했다. 김 회장은 “손찌검하면 안 되니까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며 김 위원장 면전에서 김 위원장 얼굴 사진을 네 차례 때리면서 “정신 차려”라고 질책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도 원내지도부와 함께 별도로 대한노인회를 찾아 “가끔 이렇게 뜻하지 않게 상처 주는 발언이 나와서 당황스럽고 안타깝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노인 단체에서 요구해온) 임플란트나 인공눈물 문제는 저희가 책임감을 갖고 관련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후폭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내에선 김 위원장의 사퇴 및 혁신위의 조기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비수도권의 초선 의원은 “초선 의원 비하 논란, ‘윤석열 밑에서 치욕’ 발언 등 불필요한 구설에 오른 게 몇 번째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김 위원장이)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들 홍위병 노릇을 할 것 아닌 바에야 그냥 지금 깨끗하게 ‘죄송합니다’ 하고 위원장을 내려놓는 게 민주당을 돕는 길”이라며 “빨리 해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위원장직 사퇴 요구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한노인회와의 면담 자리에서 나온 사퇴 요구에 “그건 다른 문제”라고 답했다.
● 비명계 “이재명 리더십 타격 불가피”
비명계는 혁신위의 위기도 결국 이 대표의 리더십 문제라고 보고 있다. 비명계의 한 재선 의원은 “혁신위는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대의원제 폐지, 공천 혁신 등을 다루기 위해 나온 조직 아니냐”며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당의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 역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날 혁신위가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에게 돌린 설문조사에 현행 총선 경선 방식의 적절성을 묻는 문항 등이 포함된 것을 두고도 불만이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혁신위가 대체 무슨 권한으로 공천, 경선을 들여다보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며 “이 대표 대신 완장을 차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 與는 경로당 찾아 ‘노인 표심 잡기’
국민의힘은 전국 경로당에 냉방비 명목으로 10만 원씩 일괄 지급하기로 정부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노인 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원경로당을 찾아 “전국 6만8000여 개 경로당에 10만 원씩 특별 지급하기로 정부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 68억 원(국비+지방비)을 기존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 예산 항목에서 먼저 쓸 예정이다. 이어 다른 항목에서 남을 것으로 전망되는 예산(불용전망액)을 전용해 68억 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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