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혁신위, ‘대의원제 폐지’ 방안 10일 발표…비명계 “역시 친명 혁신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7일 17시 06분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사실상의 대의원제 폐지 방안을 담은 혁신안을 10일 발표할 예정이다. 혁신위는 당초 8일 오후 간담회를 열고 이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대의원제 폐지에 대한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반발 등을 고려해 일정을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대의원제 폐지는 그동안 이재명 대표 강성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등이 요구해 온 사안으로, 비명계는 이미 7일 “더 이상 혁신위에서 혁신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그 도덕적인 권위가 인정되지 않을 것”(윤영찬 의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혁신위가 노인비하 논란 등 각종 설화 속 임기를 이달 20일로 앞당겨 종료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의원제 축소 방안을 두고도 당내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혁신위 “대의원 표 가치 축소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8.7/뉴스1

혁신위 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대의원이 당대표 선거 등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60배에 달하는 표 가치를 지니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표 가치를 ‘1 대 1’로 맞추는 안을 포함해 대의원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이와 관련해 2일부터 민주당 의원들 및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대의원제 폐지와 관련해서도 다수의 질문을 던져둔 상태다.

대의원제 폐지 및 축소는 이재명 대표 원내 등판 이후 강성 지지층인 ‘개딸’ 등이 거듭 요구해 온 사안이다. 대의원은 전국 당원을 대신해 당의 정책 결정, 지도부 선출 등에 참석하는 대리자로, 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각 시도당 위원장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민주당엔 1만6000명의 대의원이 있으며, 이는 114만 권리당원의 약 14%에 해당한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 지적하는 부분은 대의원 표 가치의 형평성 문제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라, 대의원 1명 표가 권리당원 50~60명 표 가치에 달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원내 지지 기반은 약한 반면 지난 대선 이후 당원으로 새롭게 유입된 지지자가 많기 때문에 권리당원 권한이 확대될수록 유리하다”고 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표가 권리당원보다 비율이 높기 때문에 조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명계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려 작정”
반면 비명계는 대의원제가 표방하는 ‘전국 정당화’와 ‘숙의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고 강성 지지층에 너무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의원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도 6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의원제 폐지는 대의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비명계 의원들은 혁신위의 대의원 권한 축소 가능성에 일제히 반대했다. 지도부 소속 한 수도권 의원은 “대의원제는 호남지역에 편중된 민주당 당원 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도입된 측면이 큰데, 문제가 있다고 해서 폐지하다시피 권한을 축소하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비명계 한 재선 의원도 “출범부터 ‘친명 혁신위’인 건 알았지만, 역시나 개딸 주장대로 가는 것”이라며 “국민은 대의원제에 아무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혁신위가 공천룰을 다루겠다고 예고한 것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혁신위는 최근 기자간담회나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내년 총선 공천룰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고 공언해왔다. 이를 두고 호남지역 한 비명계 의원은 “대의원제 수정은 전당대회에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것까진 참을 수 있지만, 공천룰까지 건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주변에도 공천 규정 관련 혁신안을 벼르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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