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을 완전히 무시하는 발표를 했다.”(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
“내 마음에 안 든다고 혁신을 거부하면 스스로를 낡은 존재로 만드는 길이다.”(서은숙 최고위원)
11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당 대표 선거 시 대의원 투표권 폐지, 현역 의원 페널티 강화 등을 놓고 비명(비이재명)계와 친명(친이재명)계 최고위원이 정면 충돌했다. 혁신안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당장 지도부 공개회의에서 분출된 것.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과 의원 최대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혁신위 발표 하루 만에 반대 성명서를 잇달아 내는 등 비명계의 집단적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반면 친명계와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 등은 “전당대회 1인 1표는 당내 민주주의를 위한 상식”이라며 혁신위를 옹호하고 나서면서 혁신안 수용 여부를 둘러싼 당 내홍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혁신안 두고 지도부 회의서 충돌
비명계인 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혁신안의) 대의원제 폐지는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민생 관련 시급성을 다투는 일도 아니다”며 “오로지 당 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둬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혁신위의 ‘현역 의원 하위 평가자 대상 공천 페널티 강화’ 제안에 대해서도 “총선 1년 전 공천 룰을 확정하도록 한 당규에 따라 이미 5월 공천 규정을 제정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친명계인 서 최고위원은 “‘차별받지 않는 동등한 권리’는 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라고 맞받아쳤다. 전당대회 투표에서 대의원의 표 가치가 권리당원의 60배에 달하는 상황을 대의원 투표권 폐지로 ‘1인 1표’로 만드는 것이 혁신이라는 것. 서 최고위원은 “더 많은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혁신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 간 공방이 벌어지는 동안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선 “시간을 내 긴 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만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일단 혁신안은 혁신위의 제안이기 때문에 당내 논의를 거쳐 합당한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비명계 잇달아 “혁신안 반대” 성명
민주주의 4.0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혁신위가 ‘노인 비하 발언’ 등 논란으로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발표한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더좋은미래도 입장문에서 “대의원제 관련 혁신안은 당내 갈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총선 이후 논의하는 것을 지도부와 의총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수용 자체를 거부하는 의원이 많아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찬반 대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날 혁신위가 ‘OB’들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지목된 천정배 전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중진 중에 능력 있고 깨끗한 정치인을 재발굴해 진정한 정치 복원을 해야 한다”며 혁신위의 용퇴 권고를 사실상 거부했다.
반면 혁신위원으로 활동한 친명계 이해식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대의원제가 존속하는 한 ‘돈봉투’ 같은 부패 문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어렵다고 봤다”며 혁신안에 힘을 실었다. 친명 원외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기자회견에서 “혁신안을 방해하는 목소리에 준엄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