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별세한 가운데 북한이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부모상을 당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사례인 2019년 10월 29일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 때는 북한이 직접 조의문을 보냈었다.
북한은 당시 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가 별세한 이튿날 판문점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형식으로 된 조의문을 전달한 바 있다.
당시에도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여파 속에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무중계, 무관중 조치,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 논란 등 악재가 있었지만 3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을 한 개인적 인연이 조의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안면이 없고,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를 통해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남북관계도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냉랭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북한이 조의를 표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간 북한은 그동안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남한 인사의 별세 소식에는 대체로 조의를 표해왔다.
북한이 남측에 조문단을 파견한 것은 지난 2001년 3월이 처음이다. 북한에 소 떼를 몰고 가며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사망하자 이틀 뒤 조선중앙통신 조전을 통해 조의를 표했다.
2003년 8월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별세 때는 조문단을 보내지 않은 대신 현대가 금강산지구에 마련한 분향소에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이 방문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이어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는 이틀 뒤인 2009년 5월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조의문을 발표했고, 그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는 김정일 위원장이 조문단을 파견했다.
2019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 때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남북관계가 냉랭해진 상황이었음에도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직접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기도 했다.
반면 북한은 2021년 노태우 전 대통령,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 별세 소식에는 따로 애도를 표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은 남측 지도자에 대한 조의를 표한 경우라도 그 직후에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단행하면서 애도와 남북관계가 무관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2019년 10월 31일 청와대가 북한이 전날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내왔다고 발표한 지 불과 3시간여 만에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는 조의문을 보냈다고 발표한 지 4시간여 만에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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