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4차례 검찰에 출석했다. 출석 전 “당당하게 맞서겠다” 밝혔지만 다시금 정치인생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17일 오전 10시20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두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위례 신도시, 성남FC 의혹으로 앞서 세 차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남색 정장 차림에 태극기 배지를 단 이 대표는 약 14분간 2000자 분량 연설문을 읽었다. 그는 “벌써 네 번째 소환이다. 티끌만큼의 부정이라도 있었으면 10여년에 걸친 수백 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돼서 사라졌을 것”이라며 “소환조사, 10번 아니라 100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 당당히 임한다고 강조했지만, 본인이 직접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등의 모습에서 ‘위기감’이 감지된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전날(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문구와 검찰 소환 시간과 장소가 명시된 포스터를 직접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라고 바라봤다.
실제 이 대표의 공지 직후 지지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중앙지검 정문 앞으로 모이자”고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화력을 증명하듯 이날 이 대표 출석 현장에는 민주당 추산 약 500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이 대표 발언에 맞춰 “힘내시라” 등의 소리를 치며 응원했다.
이 대표는 또 직접 각 시도·당 위원회에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검찰이 난데없이 ‘백현동’을 거론하며 저를 또다시 소환했는데 벌써 네 번째”라며 “정권의 무능을 감추고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구속영장 청구 쇼에 ‘묻지마 기소’를 강행할 것”이라고 썼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검찰이 야당 탄압을 위해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이 지난 3번의 소환조사 때보다 더 부담스런 부분은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국회법상 국회 회기 중에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날아올 경우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만 한다. 비회기 중 청구될 경우에만 별도 표결 없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다.
국회 회기 중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전달되면 민주당으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체포동의안 투표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당내 갈등 소지가 될 수 있어서다.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결정하기 어려워 자유투표에 맡겨야 하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위험성이 크다.
지난 2월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건으로 이 대표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예상 외로 이탈표가 대거 발생해 당내 계파 갈등이 표면화 된 바 있다. 또 표결을 통해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민주당은 ‘방탄 국회’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그 탓에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비회기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를 25일쯤 마무리해 6일의 비회기 기간을 남겨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국회법상 회기가 31일까지이기 때문에 원칙대로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8월 임시국회 일정과 관련해 “8월 말에 수일간은 비회기 기간으로 확보해서 검찰이 영장청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부가적인 불체포특권 절차 없이 이 대표가 법원에 출두해 실질심사 받는 것을 우리 계획으로 하고 있다”며 “관철시키려 여당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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