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12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하는 모습.(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올해 처음 공개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 러시아의 ‘토폴-M’과 같은 것이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문제를 놓고 공개적인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38노스는 22일 ‘겉만 보고 속을 판단하지 마라 : 북한의 화성-18형은 러시아 ICBM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화성-18형은 러시아의 ICBM과 같지 않고 심지어 ‘거의 동일’하지도 않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소련 해체 후 러시아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탄도미사일 기술을 불법적으로 획득하고, 중국·러시아 업체들로부터 호환이 가능한(dual use) 부품을 받아 자체 개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토폴-M 미사일의 기술을 고스란히 이전 받지 못하고 자체적인 노력으로 화성-18형을 개발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앞서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MIT 명예교수는 지난 17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전문매체 ‘비욘드 패럴렐’(Beyond Parallel)에 기고한 글에서 화성-18형의 외형과 비행 궤적 데이터를 근거로 화성-18형과 러시아 토폴-M의 기술을 이전받아 제작된 사실상 같은 미사일이라고 주장했다.
38노스는 포스톨 명예교수의 분석 방식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단편적인 사진 몇 장으로만 외형을 분석해 판단을 내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38노스는 화성-18형의 길이는 25~26.95m로 추정되며 러시아의 SS-27 Mod 1(토폴-M, 21.9m), SS-27 Mod 2(야르스, 22.5m)보다 훨씬 길다고 주장이다.
앞서 포스톨 교수는 북한 매체의 보도사진을 통해 화성-18형의 길이를 추정했는데, 그가 제시한 화성-18형의 발사 사진은 미사일 일부가 화염에 가려진 상태로 정확한 길이를 측정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또 포스톨 교수가 ‘화성-18형이 처음부터 (실전에) 배치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라고 주장한 것에 관해선 “탄도미사일 침투보조장치(penentration aid)를 탑재하거나 비행 테스트를 받았다는 공개된 증거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여러 개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하거나 비행 시험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38노스는 러시아 정부가 북한에 ICBM 기술을 정식으로 제공했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러시아의 ICBM 기술을 온전히 보유하고 있을 경우 미국이 이 기술을 빼내 대응책을 개발할 것을 우려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포스톨 교수의 주장이 제기된 뒤 SNS 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해외의 군사전문가들은 포스톨 교수의 주장이 단편적이며 제시된 자료도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해왔다. 포스톨 교수 역시 자신의 주장을 거듭 제시하는 반론을 펼치며 관련 논란이 공개적으로 지속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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