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채모 상병 사망사고 초동조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을 직권남용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박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22일 오전 임 사단장에 대한 고발장을 경북경찰청에 우편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조사본부가 (채 상병 사고 관련 재검토 결과에서) 사단장의 혐의 자체를 그들 입맛대로 뺀 상황”이기 때문에 경찰 수사를 통해 임 사단장 혐의를 밝힐 필요성이 크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해병대 1사단 예하 제7포병대대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와 관련 해병대 수사단은 채 상병 사고에 대한 초동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임 사단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날 국방부조사본부는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기록 등을 재검토한 결과 “현재의 기록만으론 범죄 혐의를 특정하는 게 제한된다”면서 임 사단장 등 군 관계자 4명의 혐의 내용을 제외한 채 관련 자료를 민간 경찰에 송부하기로 했다.
조사본부는 다른 군 관계자 4명 중 △대대장 등 2명에 대해서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고, △하급 간부 2명은 혐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채 상병이 생전에 근무했던 7포병대대의 대대장 이모 중령도 “사단장 책임까지 모두 한꺼번에 질 순 없는 게 상식”이라며 반발했다.
이 중령은 국방부조사본부가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대대장 2명 중 1명으로서 그 역시 김 변호사를 자신의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전 수사단장(박 대령)의 항명 혐의를 벗기 위해서도, 7포병대대장의 책임이 위법하게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해 (임 사단장) 고발에 이르게 됐다”고 부연했다.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서 채 상병 조사결과 보고서에 대한 대면 결재를 받은 뒤 이달 2일 관련 자료를 경찰에 인계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 장관이 보고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법리 검토 필요성 등을 이유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해당 자료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음에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며 그를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했다. 현재 박 대령은 ‘항명’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돼 있는 상태다.
박 대령 측에 따르면 채 상병 사고 발생에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단편명령 제23-26호’(호우피해 복구작전 지원부대 전환(지시))를 통해 지난달 17일 오전 10시부로 육군 제2작전사령부(2작사)가 해병대 1사단 소속 제2신속기동부대(제7여단 및 포병여단)를 작전 통제해 호우피해 복구 작전을 수행토록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임 사단장은 예천 일대 피해 복구현장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의 복장 상태를 지적하는 등 다양한 지시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령 측은 임 사단장의 이 같은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사령관도 해병대 수사단의 임 사단장 조사에 앞서 지난달 22일 박 대령에게 ‘사단장이 쪽팔리게 합참 단편명령 운운하며 책임을 피하려고 하면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임 사단장도 지난달 26일 ‘원지휘관으로서 책임지겠다. 면책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가 진행됐으나, 현재 임 사단장은 당시 진술을 번복하고 ‘합참 단편명령상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게 박 대령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직권남용과 별개로 (임 사단장은) 사건 현장을 직접 방문해 그 강물의 위험성을 직접 봤음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이) 강물에 들어가 실종자 수색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안전에 관한 조치 등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며 “그 과실이 인정돼 업무상 과실치사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한 법률적 보좌를 가장 잘못한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국방부 검찰단장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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