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침수 피해 복구 현장을 찾아 김덕훈 내각총리(사진) 등 간부들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식량난이 심각해져 민심이 악화되자 그 책임을 ‘실세 총리’에게 전가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1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올해 1∼7월 아사자 발생 건수는 240여 건으로, 최근 5년간 매년 같은 기간 평균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 총리까지 강하게 질책한 것은 북한 내 경제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직접 불법 장마당을 강하게 통제하는 식량 정책을 추진해 식량난이 가중됐는데 이를 김 총리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2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21일) 평안남도 간석지 피해 복구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최근 몇 년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다”고 비판했다. 또 “전 국가적으로 농작물 피해 방지 대책을 철저히 세울 데 대해 특별히 강조하는 시점에조차 일군(간부)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성이 난무하게 된 데는 내각총리의 무맥한(무책임한) 사업 태도와 비뚤어진 관점에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총리가) 대책답지 못한 대책을 보고해 놓고는 그나마 너절하게 조직한 사업마저도 료해(파악)해보면 피해 상황을 대하는 그의 해이성과 비적극성을 잘 알 수 있다”고도 했다.
바닷물에 제방이 파괴돼 간석지 구역이 침수된 현장을 찾아 김 총리를 질책한 것.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팔을 걷어붙이고 허벅지 높이까지 물에 잠긴 논에 직접 들어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북한 경제를 총괄해온 김 총리는 김 위원장 체제에서 실세로 꼽혔다. 지난해 전국 노병대회 등 공개 행사에선 김 총리의 이름이 정치국 상무위원 중 가장 먼저 호명돼 명실상부한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 질책을 당하면서 김 총리 등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조치 등 문책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민심이 악화될 때 간부들을 강도 높게 질책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폭증하자 중앙검찰소장 등 일부 간부를 겨냥해 의약품 사재기 등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명목으로 신랄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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