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가상자산(암호화폐) 보유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해 민주당이 ‘제명’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징계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던 만큼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1소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오는 30일 표결에서 김 의원에 대해 ‘제명’을 권고한 징계안을 부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특위 1소위원회는 여야 의원 3명씩 총 6명으로 구성된다. 무기명 표결에서 과반인 4명 이상이 찬성할 경우 확정되는 방식이다. 민주당 위원 3명 모두가 반대표를 던진다면 징계안은 부결된다.
민주당 측 위원들은 김 의원에 대한 징계는 필요하지만 ‘제명’은 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스스로 단죄를 했고 처벌을 받았다”며 “마녀사냥적인 성격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거액의 코인 거래 논란으로 제소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형평성이 맞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리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만약 김 의원을 제명하고 권 의원은 제명하지 않으면 윤리특위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코인 거래 자체가 불법은 아니니 (징계) 수위를 조절해 좀 다운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이 같은 민주당 측 주장을 ‘물타기’로 보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의 코인 거래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 민주당은 여야 의원의 코인 보유 내역을 전수조사하자고 했고, 지난 22일 징계안 표결이 이뤄지기 직전 김 의원이 갑작스럽게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선처’를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에서 “권 의원은 (김 의원과 달리) 국회 회의 중이나 장관 업무시간 내에 거래한 바 없을 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거래 내역을 신고했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도 모자라 물타기식 정치공세로 (권 의원에 대해) 윤리위 제소에 나선 민주당의 행태는 구태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이 김 의원의 코인 거래 의혹 자체에 대해 판단하는 게 아니라 권 의원에 맞춰 징계를 결정하려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지난 22일 윤리특위 1소위원장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그가 한 행동들을 면책하는 것인가. 김 의원이 했던 일이 없어지는 것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특히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에서 ‘김남국 리스크’를 털어내기 위해선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의 징계 연기 직후 자신의 SNS에 “지금 이 모습이 바로 내로남불”이라며 “조금이나마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의 제명 징계안을 부결하고,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30일 출석정지’ 징계안을 새로 의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특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만약 제명안이 부결되면 아무 처벌을 안 하는 것이니, 30일 출석정지를 해야 한다”며 “그건 아무래도 (표결에서 찬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는 30일 표결에서 김 의원의 제명안이 부결되고 이후 민주당을 중심으로 징계 수위를 낮춘 징계안이 새로 상정될 경우 국민의힘 측에서 표결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장기간 표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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