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검찰단이 ‘항명’ 혐의로 입건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28일 소환했지만 조사가 진행되진 못 했다. 박 대령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박 대령과 그 변호인 김정민 변호사는 검찰단의 요구에 따라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소재 국방부 검찰단 보통검찰부에 출석했으나 약 20분 만에 검찰단 건물에서 나왔다.
박 대령은 이날 검찰단에서 본인이 기억하는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가 관한 사항 등을 담은 진술서를 제출한 뒤 그 외 사항에 대해선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박 대령이 제출한 진술서엔 “국방부 검찰단장과 이 사건 담당 군검사가 8월2일 ‘이첩 기록 탈취’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는 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런 자들의 수사는 받지 않을 것”이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 측은 앞서 박 대령이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이달 2일 경찰에 인계했던 수사단의 채모 상병 사망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당시 국방부 검찰단에서 회수한 사실이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가 검찰단에 제출한 의견서엔 ‘박 대령에겐 항명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령은 지난달 19일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채 상병 사고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그 초동조사를 진행하고 지난달 30일 그 결과 보고서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대면 보고했다.
그러나 박 대령은 이 장관·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채 이달 2일 해당 보고서를 경찰에 인계했단 이유로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돼 현재 국방부 검찰단에 항명 혐의로 입건돼 있는 상태다.
반면 박 대령은 채 상병 사고 보고서의 경찰 인계과정에서 ‘이첩 보류’ 지시를 명시적으로 듣지 못했고, 오히려 해당 보고서 처리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혐의자·혐의 내용을 빼라는 등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대령 측은 불공정 수사 가능성을 이유로 지난 11일에도 국방부 검찰단 조사를 거부했다.
국방부는 이후 박 대령 측 요청에 따라 이달 25일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를 열어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 항명 사건을 계속 수사할지 여부를 심의하기도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의견 없음’으로 종료했다. 출석위원 다수(10명 중 5명)가 ‘수사 중단’ 의견을 제시하긴 했지만, 위원회 의결 요건인 ‘출석위원 과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박 대령 측은 이튿날 수심위 재소집과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기일 연기를 요청했지만, 군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오전 박 대령 측에 보낸 의견서에서 “그동안 수차례 (박 대령의) 출석을 요청했고, 귀측의 군검찰 수심위 개최 요청에 따라 소환조사 일정을 연기했다”며 “수심위가 이미 종료됐음에도 또 다시 ‘수심위 재개최 이후로 출석 조사기일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은 수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령 사건에 관한 수심위 재소집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박 대령 측 주장과 달리 군 당국은 그의 ‘항명’ 혐의가 명백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그에 따른 추가 조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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