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왜 지금 ‘홍범도 장군’을 이전하려 할까?[중립기어 라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9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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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동아일보 유튜브 시사 라이브 [중립기어] 2부 <청계천 오지랖>에서는 동아일보 이승헌 부국장과 함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둘러싼 논란 심도 있게 살펴봤습니다.

이승헌 부국장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해 “총선을 염두해 둔 보수 결집을 위함이었다면 결과는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수도권 위기론이 그냥 나온 게 아니고 내부적으로 이러한 징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이념 논쟁’이 “현명하게 종결되지 못한다면 용산에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국민 정서를 반하는 독단적 행보가 여당은 물론 대통령 본인에게도 큰 화로 돌아올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 외에도 왜 지금, 어떤 이유에서 흉상 이전 논란이 벌어졌는지도 분석해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아일보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bxi-D8yDQL8)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갑자기 지금 왜?
▷장하얀 기자
흉상 이전이 중요한가요? O/X로 표현해주신다면?

▶이승헌 부국장
저는 X 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와 국민 입장에서 중요하냐 저는 X. 보수 진영 전체를 위해서 중요하냐, 세모 되나요? 중간 정도. 그런데 대통령실과 주변 일부에서는 중요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론의 괴리가 벌어지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장하얀 기자
지난 15일에 광복절 경축사가 있었잖아요. 그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했던 발언과 같은 선상에서 이뤄진 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승헌 부국장
우리가 통상적으로 기대했던 광복절 경축사의 콘텐츠나 방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죠. 보통은 광복절 경축사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메뉴가 첫 번째 한일 관계. 두 번째는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어떤 거대 담론 제시 같은 것들이 주로 나와요. 그러면서 하반기 전국 운영을 이렇게 하겠다. 보통 이 정도의 메뉴에서 선택을 합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념 관련된 얘기를 꽤 오랫동안 했죠. 공산주의 관련된 얘기도 하고 이념 관련된 얘기도 하면서. 왜 저런 얘기를 할까 하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그게 그냥 대통령 머리에서 ‘갑툭튀’로 나온 건 아니고 어떤 일련의 흐름이 있었던 건 아닌가. 그렇게 결과적으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다고 보여지네요.

▷장하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연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어갈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이라고 강조를 했어요. 이념에 굉장히 방점을 찍고 계시나 봐요.

▶이승헌 부국장
어제 (중립기어 사전 회의 때)는 저도 확실하게 답변을 못 했는데 아이러니컬하게 윤 대통령이 연찬회에서 본인 스스로 해답을 준 거예요. 맥락을 보면 기존의 철 지난 이념 그런 거 말고 국정 방향을 제대로 세팅하는 이념 설정이 중요하다라고 얘기를 하면서. 물론 그 얘기를 하면서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라든지 이런게 연결된 맥락으로 읽히죠. 그리고 그 이 모든 액션의 배경에는 국방부가 아니라 용산 대통령실, 더 핵심은 윤 대통령이 있다라고. 그건 분명히 이 시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 독립기념관 이전은 사실상 ‘기리기’가 아닌 ‘가두기’?
▷장하얀 기자
결국에는 홍범도 장군 흉상만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기로 한 거잖아요.

▶이승헌 부국장
원래 다섯 분을 옮기려고 하다가. 다 옮겼다가는 이게 감당이 안 될 것 같거든요. 논리도 없고, 다섯 분이 다 사연이 다르고요. 특히 지금 육사에 있는 다섯 분 중에 센터에 있는 게 이회영 선생님. 그 분을 옮긴다? 진보 보수 떠나서 그건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죠. 이회영 선생님 같은 경우는 집안에 있는 모든 자산을 다 팔아가지고 신흥무관학교도 세운 분이고. 여론 보고 ‘앗 뜨거’ 싶어가지고 선택과 집중을 해서 홍범도 장군 하나만 두들겨 패겠다고, 방향을 설정한 거죠.

▷장하얀 기자
그런데 독립기념관에 옮긴다는 것이 독립군의 정신을 기린다는 목적보다는 가둔다는 이미지가 크다는 시각도 있더라고요. 이게 맞는지 O/X?

▶이승헌 부국장
완전 O예요. 더블로 트리플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육사교정 가서 그걸 보겠냐만 독립기념관은 지금 천안에 있죠.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건 거의 확실한 것 같아요. 대통령의 의지가 분명하답니다. 그런데 독립기념관 제일 잘 보이는 데 갖다 놓을까요?

▷장하얀 기자
아닐 것 같아요.

▶이승헌 부국장
홍범도 장군 흉상을 독립기념관 맨 앞에다 놓겠어요? 내가 보기에는 어디 수장고 지하 3층 이런 데가 박아놓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니까 가둔다는 의미가 맞죠. 스토리지, 보관하겠다는 의미 아닌가 싶어요.

● 다섯 분 흉상 중 메인… 이회영 손자 이종찬 광복회장, “나를 더 모욕하는 일”
▷장하얀 기자
이회영 선생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이 분 손자가 이종찬 광복회장이잖아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 했었어요. 그런데 이회영 선생까지 다섯 분을 다 옮기겠다고 했을 때.

▶이승헌 부국장
이종찬 회장님의 아드님은 윤 대통령의 절친이죠.

▷장하얀 기자
다섯 분 다 옮긴다고 했을 때 이종섭 국방장관한테 보낸 공개 서한에서 “민족적 양심을 져버린 귀환은 어느 나라 국방장관이냐.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퇴진하라”라고 굉장히 강력하게 촉구를 했어요. 결국 이회영 선생 흉상은 남기기로 했잖아요. 이거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반영한 선별적인 이전 아닌가요?

▶이승헌 부국장
그러면 다른 세 분들도 관련이 있어야지요. 그런데 아주 무관한 건 아닐 것 같고. 앞서 말씀드렸지만 5명 다 하려다가 갑자기 여론이 안 좋으니까 ‘잠깐 나의 실수’ 해가지고 장군 하나만 패고 네 분은 스테이하겠다는 거였는데. 이종찬 회장에게 우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가 ‘네 분은 남기는 건 어떻게 생각하냐’고 다시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이종찬 회장의 반응이 “그거는 더 나를 모욕하는 일이다”라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대통령실도 누군가 그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이회영 선생 남겨두면 이종찬 회장이 좀 가만히 있으려나. 가만히 있긴 뭘 가만히 있어요. 더 화나지 뭐. 장난하나 딱 그런 반응이셨어요. 홍범도 장군 것도 건드리지 마라, 그런 입장을 어제까지 유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 청계천 오지랖, 한 마디?
▷장하얀 기자
이번 흉상 이전 논란, 어떻게 마무리 짓는 게 좋겠다 ‘오지랖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승헌 부국장
만약 역사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거였다면 딱 핀포인트 해서 이른바 외과 수술적인 방식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외과 수술을 하려면 미리 준비를 하고 거즈도 있어야 되고, 주사도 놓고, 진단도 해야 되고. 이런 과정 없이 곧장 메스부터 들이댄 거거든요. 그 피가 확 튄 거예요 지금. 의사도 전문의인지 어떤지 잘 모르겠고 말이죠.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게 어디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향후 총선을 앞두고 얼마나 보수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저는 회의적입니다. 결집은 할 수 있어요.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기거나 최소한 제1당이라도 되려면 일단 중도층을 어떻게든 좀 끌어와야 되거든요. 저번에 대선에 했던 것처럼. 그런데 저런 식으로 하면 내년 총선에서 국힘을 지지할까 말까를 망설이고 있는 중도층, 특히 서울 수도권에 있는 중도층들이 더 망설이게 되죠. 어제 연찬회에서도 ‘수도권 선거 위기론’이 그래서 나오는 것 같아요.

마무리 말씀드리면 홍범도 장군 이전 논란으로 촉발된 이념 논쟁을 부드럽게, 빨리, 현명하게 종결하지 못하고 보수 일부만 보고 간다라고 쳤을 때는 용산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 스산한 조짐을 느끼고 있습니다. 용산, 권력이 따뜻한 데 있다 보면, 등 따숩고 배부르면 사실 잘 몰라요. 어떻게 알아요, 춥고 쎄하면 옆에서 히터 틀고 그럴 텐데, 알 수가 없죠.

이어진 3부 <여의도시어부>에서는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박지훈 변호사와 함께 ‘이재명 대표 1주년’, ‘독립군 흉상 이전 논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세 가지 현안 중 월척 이슈는 무엇인지 골라봤습니다.
장하얀기자 jwhi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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