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 UFS 맞서 ‘전군 지휘 훈련’
金, 지휘소 찾아 “남반부 전영토 점령”
후방 교란-미군 증원 차단 등 계획
정부 “노골적 군사공격 의도 규탄”
북한이 한국 영토 전체를 점령하는 전시 작전계획을 시뮬레이션한 ‘전군 지휘 훈련’ 진행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한미가 연합 지휘소 연습(CPX)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를 지난달 21일부터 실시하자 이에 맞서 한국을 점령하는 시나리오가 담긴 ‘북한군 작계’에 따라 ‘북한판 CPX’를 실시했다고 공개한 것이다. UFS는 전시 작전계획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숙달하는 훈련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원쑤(한미)들의 무력 침공을 격퇴하고 전면적인 반공격을 이행해 남반부(남한) 전 영토를 점령하는 것”을 훈련 목적으로 언급하며 노골적인 핵위협에 나섰다.
● 개전 초 한미연합사 지휘통제소 타격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UFS 마지막 날인 31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미국과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이 대규모 연합훈련을 벌이는 상황에 대응해 29일부터 전군 지휘 훈련을 조직해 판정 검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전면적인 반공격”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 등의 표현을 쓴 건 전·후반기 한 차례 진행되는 한미 연합 CPX가 북한의 전면 남침 상황을 가정해 방어 및 반격 등의 작전 수행 절차를 점검하듯 자신들도 한미 연합군의 북침을 가정해 전시 작전 수행 능력을 검열한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이 이날 밝힌 ‘전군 지휘 훈련’ 시나리오의 큰 틀은 침공-격퇴-반격-점령 등으로 한미 연합 CPX 시나리오와 흡사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작전 초기 적군의 전쟁 지휘 구심점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을 강조했다. ‘전쟁 지휘 구심점’이란 경기 성남의 한미 연합사령부 전시 지휘통제소 CP 탱고(Command Post Tango) 및 서울 남태령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등을 싸잡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개전 초 북한이 보유한 각종 미사일 등으로 이 시설들을 집중 타격해 한미 연합군의 두뇌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협박한 것.
● 미군 증원 전력 타격 계획까지
지휘 통신 수단 파괴는 물론이고 전시 미군 증원 전력이 전개되는 부산항·김해공항·오산공군기지 등을 뜻하는 “중추적인 군항과 작전비행장 등에 대한 초강도 타격”도 언급됐다. 후방 교란 작전은 물론 “해외 무력 개입 파탄 계획 등 총참모부의 실제적인 작전계획 문건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사회 정치 경제적 혼란 사태를 연발할 핵심 요소 타격”도 거론했다. 국가기간통신망, 인천공항, 원전 등 국가 중요 시설 공격으로 사회를 혼란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대형 작전지도 앞에서 지휘봉으로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로 추정되는 지역을 가리키는 모습을 공개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통상 한미 연합 연습 기간에 미사일 도발 등을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경계 태세 강화 조치 정도만 해왔다. 북한도 CPX를 실시해 왔겠지만 이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훈련 명칭 자체도 처음 나온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가 늘 하던 훈련을 흉내 낸 것으로 김정은이 처음으로 전군 지휘 훈련 현장에 직접 나선 건 북한의 초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연례적·방어적 성격의 한미 연합 연습을 구실로 우리에 대한 군사 공격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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