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사진)이 3일 중국 언론이 한국 정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추진을 비판한 데 대해 “대한민국이 중국의 내정 간섭을 받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고 중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중(對中) 외교 기조를 ‘상호 존중과 호혜’에 둔 윤석열 정부가 민감한 현안에 대한 중국의 언급에 강하게 응수한 것. 외교당국은 그러면서도 한중일 정부 간 협의체의 조기 재가동을 위한 차관보급 회의를 추진하는 등 대중 실용외교 기조를 놓치지 않는다는 자세다.
박 장관은 3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보훈 업무에 대한 중국의 훈수를 사양한다. 타국에 대한 도 넘는 참견, 외교 관계상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에 유의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홍 장군 흉상이 더 많은 국민이 찾는 독립기념관으로 오게 되면 격에 맞게 더 영예롭게 빛날 수 있도록 모실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 보훈부가 하는 일을 마치 자신들의 정부가 하는 일인 것처럼 훈수를 두고 있다”며 “부용치훼(不容置喙·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음)라는 표현을 돌려드린다”고 직격했다. 이는 중국 환추시보가 지난달 30일 “진정 항일독립투사를 홀대하는 나라가 대체 어디냐”며 “한국은 육군사관학교 내 항일 장군 홍범도의 흉상은 이전하면서, 일본 제국주의 시기 만주군 출신 친일 백선엽 장군으로 대체한다”고 지적한 데 대한 반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통화에서 “한국 내정에 간섭하는 듯한 중국의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원칙적이고 당당한 자세로 임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로 3국 협력을 제도화한 정부는 이제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서울 개최를 목표로 고위급회의(SOM) 개최를 조율하고 있다. 중국과의 전략적 교류로 외교적 경제적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입장도 유지하는 것. 정부 소식통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한중일 협력을) 잘 활성화하자는 분위기인 만큼 3국 정부 간 협의체의 조속한 재가동을 위한 차관보급 회의 일정이 조율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리창 중국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대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를 계기로 한 3국 연쇄 정상회담 가능성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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