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정민영 위원의 ‘이해충돌’ 위반 의혹 문제를 논의하고, 새 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5일 열었으나 또 파행됐다.
방심위에 따르면 이날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제17차 전체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재적 위원 과반이 출석하지 않아 열리지 못했다. 앞서 황성욱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29일 정민영 위원의 ‘이해충돌’ 위반 의혹 문제를 논의를 위해 이날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위촉한 류희림 위원과 국민의힘이 추천한 황성욱 위원장 권한대행·김우석·허연회 위원만 참석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위촉한 옥시찬·김유진 위원과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인 정민영·윤성옥 위원은 불참하면서 개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결원 1명으로 재적위원이 8명인 방심위는 여야 4대 4 구도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 야권 추천인 정민영 위원의 이해충돌 규정 위반 건과 위원장 호선 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변호사인 정 위원은 방심위원 임기 중 MBC 소송을 대리한 점과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의 해촉 처분 집행정지 신청 건에서 법률대리를 맡은 점 등으로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위원을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을 살펴보기 위해 오는 11일까지 방심위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한다.
황 직무대행은 “계속되는 전체회의 소집에도 성원이 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오늘 위원들이 참석했으니 공개 간담회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까지 정민영 위원에게 사실관계를 요청했으나 아직 오지 않았으며, 오후 6시까지는 기다리겠다. (정 위원 건과 관련해)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사실관계가 권익위 조사로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연회 위원은 “오늘 정민영 위원이 출석할 것을 기대했다. 이 문제는 정 위원 본인의 이해충돌 논란에 대한 것이고, 전체회의에 출석해 소명하는 것이 도리다. 불출석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빠른 시간 안에 본인의 입장을 밝혀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우석 위원은 “김유진 위원이 오전·오후 회의에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회의에 불참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며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모두 불출석하는 것은 의도적인 지연 행동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류희림 위원도 “오늘 김유진 위원은 오전·오후 회의에 오셨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사안과 관련해 연일 뉴스가 나오고, 오늘은 시민단체에서 성명서를 통해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이전에도 위원회의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며, 오늘까지 답변을 보고 위원회 신뢰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에 대해 오늘 출석한 위원들만이라도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직무대행 등 여권 성향 방심위원 4명은 이날 간담회에서 방심위 방송소위에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보도’ 의혹을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한 부분도 논의했다. 류 위원은 “오늘 아침 방송소위에서 뉴스타파 관련 방송이 긴급안건으로 결정됐다. 이 사안은 오늘 대통령실에서 공식 성명까지 발표하는 등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황 직무대행도 “이 사안은 오늘 오전 방송소위에서 긴급안건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며 “이제 민원 취지를 검토하고, 심의 대상 방송사들 대상으로 민원 취지에 따라 방송 내용을 검토한 후, 빠른 시일 내에 정리되면 안건으로 심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해당 안건 심의와 방송사의 의견진술을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긴급안건인 만큼 속도감을 갖고 결론을 내야 한다”고 짚었다. 류 위원도 “우리가 이번 사안을 그냥 넘어간다면 앞으로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런 가짜뉴스가 되풀이되면 보상할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위원회의 명운을 걸고 철저하게 심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오는 11일 전체회의를 다시 소집할 예정이다. 야권 추천인 김유진 위원은 입장문에서 “위원장 호선 등 중요 안건은 모든 위원이 참석할 수 있도록 사전 조율을 통해 회의 일정을 잡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당하다”며 “파행적인 위원회 운영에 따를 수 없다. 11일 예정된 전체회의에 참석해 위원회 운영을 비롯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자세히 밝히겠다”고 했다.
한편 방심위 방송소위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보도’ 의혹에 대한 민원을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진행했다는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신 전 위원장은 김만배씨의 요청에 따라 허위로 인터뷰하고 그 대가로 김씨로부터 약 1억6500만원(부가세 1500만원 포함)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2021년 9월15일께 신 전 위원장이 김씨를 상대로 진행한 인터뷰의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2과장이던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알선 브로커라는 의혹을 받았던 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게 골자다.
신 전 위원장은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음성 파일을 지난해 3월4일 뉴스타파에 넘겼고, 뉴스타파는 이틀 후인 3월6일 이를 보도했다. 신 전 위원장은 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이었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들과 계좌 추적 결과를 근거로 해당 인터뷰가 조작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당시 뉴스타파 기사는 보도 가치가 높았고 또 녹취 내용을 사실로 볼 근거가 갖춰진 상태에서 나갔다”며 “이 같은 보도 결정 과정에 신 전 위원장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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