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무기를 지원하고 핵미사일 군사 기술‧부품을 받는 ‘맞교환’ 거래 가능성이 제기된 5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자유 진영에 대한 위협”이라고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정상회담 가능성을 안보당국으로부터 사전에 보고받고 대응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로 한미일 3국 협력을 제도화한 윤 대통령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러 밀착에 따른 역내 위험 고조를 두고 국제사회와 다각적인 공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제도화된 한미일 협력의 틀을 기초로 북-러 밀착에 대응하면서도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 역할론을 부각하려는 게 윤 대통령의 복안이다.
● 정부 “北과 무기 거래는 안보리 제재 위반”
윤 대통령은 5일 공개된 인도네시아 언론 ‘콤파스’와의 인터뷰에서 “날로 고조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위협은 아세안 국가들에게도 직접적이며 실존적인 위협”이라며 “한국과 아세안이 단합해 단호하게 대응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정은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한-아세안 간 연대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북핵 위협이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부상한 가운데 한미일 협력 정신을 아세안으로 확장하고 보편적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연합훈련 등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2016년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2270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등 북한군의 작전수행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모든 무기체계에 대한 기술협력과 이를 이용한 군사훈련 등을 금지하고 있다. 외교부는 5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하는 북한과의 군사 협력은 이뤄져선 안 될 것”이라며 “북한과의 무기 거래와 관련 협력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이러한 연합훈련 시 관련된 안보리 결의 위반이 발생할 가능성을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일은 향후 유엔 안보리나 독자 제재 등을 중심으로 북-러 무기 거래에 대한 대응 공조를 강화해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尹, 북‧러와 중국 차별화…비핵화 역할 강조
윤 대통령이 ‘중국 역할론’을 띄우며 북한, 러시아와 차별화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콤파스’ 인터뷰에서 “이제 한일중 3국 간 협력도 다시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며 “한국은 3국 간 협의체 의장국으로서 한일중 협력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한미일 3국 간 협력이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특정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한 것도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는 유엔 안보리 제재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중국 협조가 필수적인 데다, 급속 페달을 밟는 북-러 밀착의 견제 요소로 인접국인 중국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마땅히 건설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북핵 개발이 역내 질서의 불안을 가중하는 등 중국의 국익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해와 달리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음에 따라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은 낮아졌다. 경색된 관계를 풀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윤 대통령과 리창 총리의 만남 가능성은 남아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먼저 리창 총리에게 대화를 제안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인 만큼 양국 실무 대화채널간 논의가 우선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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