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돈봉투 의혹’ 의원명단 담긴 녹취 공개…“영길형이 ‘잘했네’ 하더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5일 21시 42분


실명 거론된 의원들은 의혹 부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8.21/뉴스1 ⓒ News1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8.21/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돈봉투’가 현역 의원들에게 전달된 과정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돈을 받거나 함께 살포를 계획한 것으로 의심 되는 현역 의원 명단도 나왔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 심리로 열린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의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재판에서 검찰은 돈봉투 의혹의 핵심 증거인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을 재생했다.

녹음파일에서 강 전 회장은 2021년 4월 10일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과 통화하며 “내가 성만이 형이 연결해 줘서 그거 좀 나눠줬다고 영길이 형한테 말했어. ‘성만이 형이 준비해준 것 갖고 인사했다’라고 하니 ‘잘했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지역본부장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송 전 대표에게 보고한 것을 의미하는 대목으로 보고 있다.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의원 명단도 거론됐다. 윤 의원은 2021년 4월 28일 오전 이 전 부총장에게 “아침 회의에는 김남국 윤재갑 등 4명 정도가 못 나왔어”라며 “김남국 윤재갑 이 둘은 또 호남이잖아”라고 했다. 이 전 부총장은 “오빠, 거긴 해야 해, 호남은 해야 해”라며 재촉했다.

윤 의원이 또 “인천 둘 하고 종성이는 안 주려고 했는데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3개 빼앗겼어”라며 “다 정리해버렸는데 모자라”라고 하자 이 전 부총장이 “어제 그만큼 똑같이?”라고 물었다. 윤 의원은 “응”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같은 날 저녁 송 전 대표 캠프 사무실에서 추가로 3000만 원을 받아 이튿날 의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의원이 주도한 송영길 캠프 핵심 인사 모임 ‘기획회의’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명단도 일부 공개됐다. 강 전 회장이 이 전 부총장과의 통화에서 “윤관석, 임종성, 이성만, 허종식, 이용빈 정도만 딱 넣어서”라며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 공유합니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검찰은 기획회의에서 돈봉투 살포 계획이 확정됐다고 보고 있다.

실명이 거론된 의원들은 의혹을 부인했다. 허종식 의원은 “강 전 회장과 회의 자체를 한 적이 없다. 돈봉투도 본 적 없다”고 했다. 윤재갑 임종성 이용빈 의원 측도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성만 의원 측은 “이미 검찰 수사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남국 의원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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