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래구 법정서 ‘이정근 녹취’ 재생…송영길 돈봉투 인식 정황도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6일 14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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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관여 혐의
증거조사 과정에서 '이정근 녹취' 재생
강래구 "영길이형이 잘했네라고 했다"
일부 현역 국회의원 실명 언급되기도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살포 의혹 관련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의 재판에서 의혹의 핵심 증거인 ‘이정근 녹취록’이 공개됐다.

강 전 감사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돈봉투 살포 과정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김미경·허경무)는 전날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감사의 2차 공판에서 증거조사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강 전 감사와 이 전 부총장, 이 전 부총장과 이성만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 등이 통화한 녹취파일 다수를 법정에서 재생했다.

지난 2021년 4월10일 당시 녹음파일에서 강 전 감사는 이 전 부총장과 통화하며 “영길이형한테 성만이형이 준비해 준 거 갖고 인사해줬다고 하니까 잘했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강 전 감사가 이 의원에게서 받은 자금 일부를 지난 2021년 3월 지역본부장들에게 나눠준 것을 언급한 것”이라며 “금품을 제공한 것을 송 전 대표에게 보고한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파일에서 이 전 부총장은 이 의원으로부터 돈을 받고서 강 전 감사에게 “이런 걸 내가 받아도 되나? 어떻게 써야 할지 지침을 달라”고 하자 강 전 감사는 “알았다. 송(영길)한테는 살짝 얘기해야지”라고 답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파일에서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의 캠프 자금 조달을 위해 노력한 사실과 강 전 감사가 송 전 대표한테 이를 전달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전 감사가 이 전 부총장에게 송 전 대표 캠프 핵심 인사가 모인 ‘기획회의’ 구성원에 대해 말하는 통화녹음도 일부 공개되기도 했다.

강 전 감사는 “윤관석, 임종성, 이성만, 허종식, 이용빈 이정도만 딱 넣어서 기획회의방으로 공지하면 된다”며 “이 방은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공유한다. (윤)관석이형 중심으로 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그간 돈봉투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의원들의 수십 명에 달한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녹취파일이 공개된 법정에서 재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실명이 거론된 의원들은 의혹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오는 19일 공판을 열고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에 관한 강 전 감사 측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강 전 감사는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한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강씨를 비롯해 이 전 부총장 등이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받은 기부금 5000만원에 캠프 자금을 합친 6000만원을 같은 해 4월27~28일 이틀에 걸쳐 윤관석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했고, 이 돈을 윤 의원이 다른 의원 20명에게 300만원씩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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