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보당국이 최근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건조가 끝난 것으로 보이는 북한 신형 탄도미사일발사잠수함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조 중인 현장을 시찰할 당시 일부 모습이 공개된 후 처음 확인된 것. 신형 잠수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최대 3기 장착할 수 있는 로미오급 개량형(3000t급)으로 추정된다. 한미 당국은 9·9절(북한 정권수립일)이나 10월 10일(북한 노동당 창건일)을 계기로 김 위원장 참석하에 진수식을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 당국은 미 정찰위성이 최근 신포조선소에서 신형 잠수함이 드라이독(건식독)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정부 소식통은 “신형 잠수함의 건조를 끝내고 진수를 위한 마무리 작업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은 관련 첩보를 한일 양국과 공유했고 백악관과 대통령실이 관련 동향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2021년 5대 국방 과업의 하나로 제시한 핵추진잠수함 건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핵추진잠수함 기술 이전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北 신형 잠수함, ‘드라이독’ 올려 진수 임박… 북-러 정상회담 앞두고 과시하듯 외부공개
신형 SLBM잠수함 노출 사실상 ‘탄도미사일 잠수함 1호’ 北, 핵잠수함 건조 본격 나설듯
한미 정보당국은 이달 초부터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내 설비·장비의 활발한 가동 징후를 집중 감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박 건조동과 드라이독(건식독)에서 차량 및 인력의 잦은 이동 상황이 포착됐다.
이후 선박 건조동에서 나온 신형 탄도미사일잠수함이 드라이독으로 옮겨진 상황이 미 정찰위성의 감시망에 잡혔다고 한다. 북한이 2019년 7월 김 위원장의 건조 현장 시찰 때 뒷배경으로 선체 일부만 공개한 신형 잠수함의 실체가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 노출된 것이다.
당시 북한 관영매체는 SLBM의 발사관 추정 위치를 모자이크 처리한 신형 잠수함 선체 일부만 공개했다. 이후 신형 잠수함의 ‘건조 완료설’ ‘진수 임박설’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실체가 노출되진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4년여간 꼭꼭 숨겨뒀다가 건조를 끝내고 9·9절과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란 듯이 실체를 노출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3기의 SLBM을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에는 ‘북극성-3ㅅ’ 이상의 신형 SLBM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북한이 SLBM을 시험 발사한 잠수함은 ‘8·24영웅함’으로 명명된 고래급 잠수함(2000t급)뿐이었다.
‘8·24영웅함’은 1기의 SLBM만 탑재할 수 있어 군사적 실효성이 낮다. 그런 만큼 이번 신형 잠수함을 사실상 북한의 ‘탄도미사일 잠수함 1호’로 평가할 수 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신형 잠수함을 진수한 뒤 SLBM 시험 발사 등으로 대미 핵 위협을 과시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제 핵잠수함 건조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핵잠수함은 한 번 핵연료 충전 시 10년 이상 운용할 수 있고, 수개월간 수중 작전도 가능하다. 위성에 포착되지 않고 적국 가까이 접근해 기습 타격도 할 수 있다.
북한이 10기 안팎의 핵 장착 SLBM을 실은 전략핵잠수함(SSBN)까지 보유할 경우 미 본토 핵 타격과 핵 보복 능력은 획기적으로 강화된다. 북한은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고체연료 ICBM과 한국 전역, 주일 미군기지에 전술핵 투발이 가능한 무기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마지막 과제는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를 저지하는 핵 보복력 확보인데 그 핵심 전력이 바로 SSBN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 다음으로 핵잠수함 기술을 축적한 러시아에서 핵심 기술 도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은 7일 공조 통화를 하고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국방분야 합의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또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의 연내 구축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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