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1일째를 맞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출구 전략’을 찾는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내에선 민주당이 9월 정기국회를 맞아 당 표어로 정했던 ‘국민 지키는 민주당, 민생 챙기는 민주당’ 활동이 대표의 단식 이슈에 묻히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 본관 앞 천막 농성장을 찾은 민주당 홍성국 이용빈 의원 등에게 “어제는 고기를 먹는 꿈까지 꿨다”고 말했다. 전날 검찰 조사를 마치고 이날 오전 10시 천막에 모습을 드러낸 이 대표 얼굴에는 흰 수염이 덥수룩했다. 이 대표는 종종 “좀 누워야겠다”며 천막 뒤편에 마련된 매트리스에 이불을 덮고 20~30분씩 누웠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2016년 성남시장 시절 단식 11일 만에 병원에 실려 갔다”며 “그때보다 고령인데다 검찰 조사에 여러 당무까지 소화하느라 체력적 한계에 온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 등 당 원로가 이 대표에게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농성장을 찾아 “단식 거두고 건강을 챙겼으면 한다”고 권유했다. 이에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조금이라도 막아야 될거 같다”고 같다고 답하자 이 전 대표는 “그 싸움은 오래 걸릴지도 모르니 건강을 지켜야 된다”고 재차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화해의 제스쳐를 취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며 “중량감 있는 당 원로가 직접 나서서 단식을 만류하는 식으로 퇴로를 만들어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이 대표 단식이 정기국회에서 다뤄야 할 민생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대표의 단식으로 여야 간 악감정까지 고조되고 있다”며 “이런 탓에 국회 대정부질문 나흘 내내 민생이나 당 입법 과제에 대한 질의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단식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이어질 체포동의안 표결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검찰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단식을 핑계로 몸져 누워 엠블란스를 타고 병원에 입원해 영장 청구를 막아보겠다는 심산은 아닌가”라고 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화해의 제스처를 제안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과거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은 독재정권에 의한 정치적 탄압 같은 명분이 있었다”며 “지금 단식은 철저하게 본인의 사법리스크를 최대한 늦추고 막기위한 명분 없는 단식”이라며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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