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1일 참석한 친북 단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주최 ‘간토(關東)대진재 조선인 학살 100년 도쿄 동포 추도 모임’에서 총련 간부가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이라고 하는 등 북한 체제 옹호 발언이 나온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추도사 약 7분 40초 동안 윤 의원은 말없이 자리에 앉아 듣고 있었다.
● 북한 체제 옹호 발언 나온 추도 모임
동아일보가 10일 입수한 총련 추도사에 따르면 일본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1일 열린 총련 주최 추도 모임에서 고덕우 총련 도쿄본부 위원장은 “우리에게는 전지적 예지와 탁월한 영도로 조국 수호와 방역 대전, 자연재해 복구전을 승리로 이끄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이 계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이어 “이민위천, 자력자강,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총진군하는 영광스러운 우리 조국이 있다”며 “일본의 과거 청산을 위한 투쟁 대오에는 통일을 위해 나서는 이남의 미더운 겨레들이 함께 서 있다”고 말했다. 이날 총련이 ‘남측 대표단’으로 맞이한 윤 의원을 비롯한 한국에서 온 참석자들을 ‘이남의 미더운 겨레들’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도사에서 우리 정부는 ‘남조선 괴뢰 역적’으로 표현됐다. 고 위원장은 “일본 당국은 사죄 보상은커녕 오늘에 와서는 미국 밑에 남조선 괴뢰 역적과 한 짝이 되어 반공화국 전쟁 소동의 피눈이 되고 있다”며 비난했다.
총련 추도식이 끝나고 윤 의원은 허종만 총련 의장 등 총련 간부들이 헌화 및 추도를 마친 뒤 헌화와 참배를 했다. 윤 의원은 추도 모임에서 ‘남조선 괴뢰 역적’ 등의 표현이 나온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윤 의원은 총련이 이날 추도 모임의 100여 개 참여 단체 중 하나라고 해명했지만, 총련은 사실상 단독 주최자였다.
● “北 찬양, 한국 비난 기록 남기긴 부담”
총련은 이날 추도 모임을 주최하며 12쪽 분량의 안내 책자를 배포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총련 추도사가 수록되지 않았다. 고 위원장이 추도 모임 당일 육성으로 추도사를 낭독한 것 이외에 외부에 발표된 공식 기록은 없다. 총련이 발표한 ‘주최단체 추도사’는 총 2650여 자로 A4용지 2장을 채울 수 있는 분량이다.
이 책자에는 행사를 공동 주최한 총련계 단체 ‘도쿄 조선인 강제연행 진상조사단’ 추도사, 조선인 강제연행 피해자 및 유가족협회 추도사,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련대인사’(북한식 표현) 등이 담겼다. 책자에는 ‘남조선 괴뢰 역적’ 같은 노골적인 비난 표현이나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 등의 북한 체제 옹호 표현도 없다. 주로 일본이 학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재일동포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북한 정부 방침에 따라 북한 체제를 찬양하고 남한을 강하게 비난하는 표현을 썼겠지만,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을 기리는 추도 모임 추도사에 이런 표현을 썼다고 대외적으로 알리기엔 총련으로서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일 홈페이지에서 추도 모임 소식을 상세히 전하며 추도사 일부를 언급했다. 여기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칭송하는 부분이나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 조선신보가 게재한 사진 및 동영상 가운데 윤 의원이 멀리서 포착된 부분이 있지만, 윤 의원 등 남측 참석자의 이름 등도 직접 소개하진 않았다.
다만 총련은 추도식 후 별도의 기사에서 우리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조선신보는 8일 ‘학살 100년, 그날의 망언’이라는 기사에서 “윤석열은 ‘일본이 100년 전 역사를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며 오로지 미국의 요구에 따라 과거의 역사에 눈을 감은 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일본 정부 대학살 범죄를 밝히기 위한 싸움은 계속된다. 그것을 방해하는 세력은 제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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