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0일(현지 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전기차와 수소 등 에너지, 우주개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세계 3위 탄소배출국인 인도가 ‘전기차 전환과 글로벌 그린 수소 생산국’을 목표로 설정한 가운데 기술력을 가진 한국이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삼고 협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뉴델리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이날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IECC)에서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통신 등 디지털산업과 전기차, 수소 등 그린산업 분야로 협력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인도는 2030년까지 45% 탄소배출 감축을 목표로 수송 부문은 ‘전기차 전환’, 에너지 부문은 ‘글로벌 그린수소 생산·수출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대 내수시장과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한 인도와 한국의 전기차, 수소 기술 협력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3조2000억 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며 “수소 경제 최선도국인 한국과 인도의 협력도 매우 유망한 분야”라고 말했다. 아울러 양 정상은 양국 방산협력의 상징인 K9 자주포(인도명 바지라) 2차 수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또 북한의 전례없는 도발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 보고 국제사회의 단합되고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G20 회의에서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구상을 실행하기 위해 “내년에는 3억 달러(약 4011억 원)를 추가로 지원하고 20억 달러(약 2조6740억 원) 이상의 중장기 지원 패키지를 마련해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신설될 韓 우주항공청, 50년 된 인도 우주청과 협력 추진
尹-모디 인도 총리 정상회담 대통령실 “印 달 남극 착륙 등 주목”… 공동 연구-연구인력 교류 적극 추진 尹, 韓기업 투자확대 위한 관심 요청… 양국, K9 자주포 등 방산 협력도
“새로운 ‘기회의 땅’이 열리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0일(현지 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가진 한-인도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인구 규모에서 중국을 넘어 세계 1위가 됐고, 2030년까지 경제 규모 세계 3위로 예상되는 인도가 유치하려는 투자 분야 대부분이 한국 기업이 장점을 가진 분야”라며 이같이 말했다. 모바일, 전자기기, 반도체, 자동차 등 인도가 내세운 15개 중점 투자 유치 분야 대부분이 한국 기업이 잘하는 분야인 만큼 투자 기회 요인이 커진다는 의미다.
● IT·통신 등 디지털산업으로 협력 확대
이날 윤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한국이 설립하기로 한 우주항공청과 인도우주청의 우주 협력을 본격 추진하기로했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8월 찬드라얀 3호가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하고, 연이어 태양 관측용 위성을 발사하는 등 인도의 우주산업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조만간 설립될 한국의 우주항공청과 1972년에 설립돼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우주청의 우주 협력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인도 정상은 우주탐사, 위성항법시스템, 인공위성 정보활용 등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연구와 연구인력 교류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우주항공청 설치와 운영을 위한 특별법이 여야 견해차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양국 협력 분야를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SW), 통신 등 디지털산업과 전기차 및 수소 등 그린산업 분야로 다변화하기로 한 양 정상은 뉴델리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와 한-인도 SW 상생협력센터를 주축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인도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인도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10억 명에 달한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앞으로 양국 간 40억 달러(약 5조3480억 원) 한도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약정(2023∼2026년)을 체결해 인도 내 고부가가치 기반시설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기틀도 마련했다. 다만 인도는 최근 ‘자립 인도’를 주장하며 비관세 수입장벽을 쌓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 기업들이 인도 내에서 투자를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통관환경 조성, 수입제한 조치에 대한 모디 총리의 각별한 관심을 요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도는 외국인 투자를 집중적으로 유치해 자국 내에서 생산하게 만드는 국가 전략을 세우고 있어 한국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마구잡이’ 수입 제한보다는 규범에 입각한 무역, 자유무역으로 나아가야 진정한 글로벌 제조 허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K9 자주포 수출 등 국방·방산 협력 확대
윤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양국 방산 협력의 상징인 K9 자주포(인도명 바지라) 2차 수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협력하는 데도 뜻을 모았다. 현재까지 국내 방산업체가 인도에 수출한 무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7년 계약한 K9 자주포 100문 정도로 알려졌다. 인도 방산시장은 한국 업체에는 이제 막 수출이 시작된 잠재력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최근 K9 자주포 100문에 대한 추가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올해 안에 계약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인도 정부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인 P75I 프로젝트에 우리 방산기업이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프로젝트는 디젤 잠수함 6척을 건조하는 것으로 7조 원이 넘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소식통은 “인도의 경우 관료주의 문화 등으로 인해 폴란드 등 유럽 국가에 비해 의사 결정 속도가 더딘 편”이라며 “한국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사업에 속도가 붙고 추가 수출도 성사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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