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로 이동할 때 전용 열차를 탑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명 ‘태양호’로 불리는 이 열차가 외신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BBC는 12일(현지시간) “열차의 이름은 ‘태양호’이며 이는 김일성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태양호는 김일성 전 주석,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까지 3대가 이용하고 있다.
태양호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전통은 김 전 주석이 베트남과 동유럽을 방문할 때 이 열차를 타면서 시작됐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비행기를 타는 것을 두려워해 주로 열차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김 전 위원장의 방러 당시 동행했던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전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는 자신이 쓴 회고록 ‘동방특급열차’에서 태양호에 대해 “푸틴의 전용 열차도 김정일의 열차만큼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식, 중국식, 한국식, 일본식, 프랑스식 어떤 요리든 주문할 수 있었다. 신선한 진미를 위해 랍스터를 기차로 운송했고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은 파리에서 비행기로 수송했다”고 적었다.
전직 러시아 외교관인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당나귀 고기와 전복 등 별미로 여겨지는 음식이 평양에서 공수됐다”며 “보드카도 인기 품목이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열차 내부에는 노래방, 위성통신, 응급의료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며 “메르세데스 벤츠 방탄차를 운송하는 칸도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김정은의 호화롭고 느린 열차의 내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정은의 열차는 호화롭게 장식됐고 중무장됐으며 유난히 느리게 움직인다”고 묘사했다.
기사에 따르면 열차의 외관은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평범하게 짙은 녹색으로 칠해져 있고, 차체 하부는 폭발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방탄용 강철판이 보강돼 있다. 또 외부에 혼선을 주기 위해 같은 열차 3대를 번갈아가며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호의 속도는 시속 50㎞ 정도로, 런던 고속철도가 시속 200㎞, 일본 신칸센 고속열차가 시속 320㎞로 운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느린 속도다. 이처럼 느린 속도는 방탄판 등으로 인한 열차 자체의 무게 때문이라고 WP는 설명했다.
러시아와 북한은 같은 규격의 선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국경 부분에서 바퀴 교체 작업을 위해 상당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느린 속도와 긴 대기시간 탓에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 데는 최소 20시간이 걸릴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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