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군사 협력 강화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북러간 무기 거래 가능성 현실화에 무게를 뒀다.
전문가들은 북러 협력 강화가 동북아에서 안보 블럭간 대결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북러 협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억제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뉴스1과 서면인터뷰에서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간 정상회담은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군사적·외교적 우호관계가 증대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고 평가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김 총비서나 푸틴 대통령도 군사정찰 위성 및 핵추진 잠수함 관련 북한의 야망에 대한 러시아 지원의 대가로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작전을 위해 러시아에 대량의 북한 포탄 판매를 포함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거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정상이 공개적·노골적으로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확인하는 것을 꺼릴 수 있지만, 양국간 군사적 지원이 이뤄질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민간 로켓 발사시설, 민간 및 군 공장, 러시아 태평양 함대 등에 대한 김 총비서의 방문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새로운 탄약의 대가로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군사 및 민간 기술에 대한 뷔페식 선택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적인 북러간 무기 거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면서 “그 대가로 러시아의 군사 기술은 북한에 빠르게 성장하는 미사일 및 재래식 무기 전력의 추가 개선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의 동맹인 한국 및 일본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증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도 서면인터뷰에서 “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에서 나온 결과물이 실제로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무엇을 제공할지에 대한 발표는 없었지만, 러시아가 (대북) 제재 대상 기술에 대한 협력을 공개적으로 표시할 만큼 (러시아에) 충분히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엘런 김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과 함께 작성한 분석 글에서 “김정은은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고 전쟁을 연장시킴으로써 한국은 물론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푸틴도 북한이 보다 강력하고 생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도록 지원함으로써 한국과 함께 한반도에서 확장억제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 총비서가 무기 거래를 하려는 이유에 대해 식량 및 에너지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생존 가능한 핵과 ICBM 능력을 완성하기 위한 핵심 무기 기술 획득이 동기일 수 있다며 여기엔 △군사위성 기술 △핵추진 잠수함 기술 △고체연료 및 보복 능력을 갖춘 ICBM 관련 기술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 배리 미국 세계평화 국제저널 명예 편집위원도 “김정은은 근본적으로 중국에 의해 서서히 잠식될 위험이 있다고 느끼는 북한의 독립과 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러시아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배리 편집위원은 “이같은 합의는 비공식적일 가능성이 높고 언제든지 변할 수 있지만, 양측은 상대 파트너가 일반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러간 협력 강화가 역내 안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타운 선임연구원은 북러간 이같은 협력은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을 연장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역량의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등 역내 안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양측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타운 연구원은 “이는 미국과 동맹들이 대처해야 할 새로운 도전 과제는 아니지만, 확실히 이같은 흐름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이것은 역내 안보 블럭의 공고화를 예고하면서 앞으로 이념 노선을 뛰어넘는 협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석좌와 김 선임연구원도 “김정은과 푸틴은 무기 및 더 전략적인 무기 기술에 대한 그들의 협력이 유럽과 아시아 무대를 연결시킴으로써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의 안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기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북러간 협력 확대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이후 한반도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북러간 협력 심화는 중국에 딜레마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차 석좌와 김 연구원은 “김정은과 푸틴간 회복된 축은 중국에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면서 “김정은의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은 세계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북한의 행동을 통제하고 이 경우 유럽에서 전쟁 격화를 피하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은 종종 중국으로 하여금 (북중 관계) 단절을 피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더 긴밀한 관여를 추구하게 할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의) 무기 판매를 반대하거나 억제하는 것은 (북러간) 더 긴밀한 제휴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배리 편집위원도 “북한이 러시아와 새로운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은 중국을 현재 진행 중인 중러 협력의 모든 측면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할 것”이라며 “중국은 향후 북한의 역할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북러간 협력 심화에 맞서 전문가들은 기존 대북 제재 집행 강화는 물론 한미일 3국간 대규모 훈련 재개를 통한 억제력 강화 등 다양한 제언을 내놓았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잠재적인 (북러간) 상호 무기 거래에 관한 우려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 모두의 추가 조치를 자극할 수 있다”면서 “비록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징벌적 안보리 결의에 대한 미국의 제안을 방해할 것이지만, 기존 결의안으로도 북러 양국에 대한 보다 엄격한 제재 집행을 하는 데 충분한 근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유엔 제재에 대한 게으른 집행을 버리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은 물론 북한의 (제재) 위반을 용이하게 하는 러시아, 중국, 기타 국가의 단체들을 표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미국은 동맹인 한국 및 일본과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증대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며 “한미일은 지난해 3국 군사훈련을 재개했고, 그것은 대규모 한미 훈련의 복원과 함께 동맹의 억제력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월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거론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뤄진 광범위한 안보 합의는 중국과 북한의 능력 진전을 상쇄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에서 군사 태세 개선에 대한 더 큰 미국의 약속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차 석좌와 김 연구원은 북러간 무기 거래시 통상적으로 한미일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안보리 결의 위반을 강력히 규탄하고 양국에 대한 안보리의 새로운 결의안과 제재를 요구하겠지만,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방해는 그것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대북 제재를 통한 대응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대신 한미일 3국 관계 심화와 다영역 3국 훈련, 정보 공유 강화,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 증진과 같은 캠프 데이비드 공약의 더 강력한 이행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이전하는 것을 고려할 때,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한국 및 국제사회에서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이를 회피하며 인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부, 유럽의 수도들에서 한국의 군사, 방위산업, 탄약 비축량의 강점을 고려할 때 더 많은 것을 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타운 선임연구원도 “러시아와 북한은 국제사회의 후과에 관계 없이 그들의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할 만큼 서로에게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매우 뚜렷한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서 나올 큰 의문은 이것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보내는 것에 대한 한국의 계산법이 바뀔지 여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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