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5일 집값·소득·고용에 관한 정부의 공식 통계가 임의로 조작되는 과정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라인들이 그 전반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의 실패를 감추는 데서 나아가 정책 효과를 드러내기 위해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의 수치 조작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
감사원이 통계법 위반과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한 22명엔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이호승 전 대통령정책실장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4명 전원이 포함됐다. 또 홍장표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황덕순 전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당시 정부의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인사들도 모두 포함됐다. 이들은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이번 수사 요청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 “통계수치 조작 압력은 고위급에서 시작”
감사원 관계자는 “조작 과정은 사실상 (청와대) 실장·수석 등 고위급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각종 회의 자료나 담당자 진술 등을 종합할 때 청와대에서 국토부로, 국토부에서 부동산원으로 통계수치 조작 회유·압력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컨대 청와대 행정관들은 (압박 행위가) 지시에 따른 것이고 본인은 단순 전달자였다고 해명했다”고 덧붙였다. 수차례 집값 안정화 대책 등을 내놓았음에도 집값이 오르는 등 정책 의도에 역행하는 상황이 조성되면 부동산원 등에 재검토, 변동률 상승 소명, 현장 점검 지시 등이 이어졌는데 이 모든 과정에 ‘윗선’의 의중이 강하게 개입됐다는 설명이다.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장하성 전 실장은 “주 1회 통계 공표로는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면서 국토부에 집값 변동률 수치를 공표하기 전 두 차례 추가 사전보고를 요구했다. 이후 사전에 보고받은 집값 변동률보다 공표된 수치가 높게 나오면 그 공표 수치를 하향하는 등 조작이 이뤄졌다. 감사원은 이런 부적절한 보고 행위가 이후 김수현 김상조 이호승 실장 때까지 5년간 계속됐다면서, 공표 전에 통계 제공·누설을 금지하는 통계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김상조 전 실장의 경우 2020년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문 전 대통령 취임 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52%에 달한다고 비판하자 국토부에 “적극적으로 감정원(부동산원)의 우수한 통계를 홍보해라.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는 말이다”라고 질책했다. 이후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고 상승 추세를 이어가자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지금 뭐 하는 건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의 압박이 있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김현미 전 장관은 취임 2주년을 앞둔 시점에 서울 매매변동률이 마이너스에서 보합으로 전환되자 “보합으로 가면 절대 안 된다”는 취지로 압박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후 부동산원은 변동률을 마이너스 0.01%로 하향 조작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감사 결과에 대해 “충격적인 국기 문란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윗선’의 끝이 어디인지 명백히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까지 겨냥했다.
● 文정부 인사들 “통계 조작 아닌 감사 조작”
문재인 정부 출신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정책포럼 ‘사의재’는 이날 “전 정부 통계 조작이 아닌 현 정부 감사 조작”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감사원이 문제 삼은 모든 사안은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정부 공식 통계기관인 부동산원 통계와 민간 기관인 KB주택통계 간 차이가 크게 발생했다는 감사원 지적에 대해 사의재는 별도의 팩트체크 입장문을 내고 “감사원은 의도적으로 보도자료에서 실거래가를 제외했다. 실거래가를 포함하면 호가로 조사되는 KB주택통계의 불안정성이 더 크다”고 반박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