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8일 백현동 특혜 개발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묶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르면 20일 본회의에 보고된 뒤 21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2월 대장동과 위례 개발 및 성남 FC 후원금 의혹 관련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지 204일 만이다.
검찰이 단식 19일째인 이 대표가 이날 오전 급격한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부당한 구속영장을 똘똘 뭉쳐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사실상 부결을 예고했다. ‘개딸(개혁의 딸)’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층도 민주당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부결 약속을 받아내는 등 ‘부결론 띄우기’에 가세했다. 그동안 ‘체포동의안 가결’을 강력히 요구하던 비명(비이재명)계도 이 대표의 급격한 건강 악화에 말을 아끼는 가운데 당내에선 “이러다 방탄단식에 이어 방탄정당 비판을 고스란히 떠안게 생겼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두번째 체포동의안 표결 앞두고 다시 ‘부결론’
국회법상 체포동의안은 국회에 보고된 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또는 그 이후 최초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하며,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민주당 권칠승 대변인은 “25일 본회의는 여야 간 잠정 합의 일정인 만큼 21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일제히 검찰을 향해 성토를 쏟아냈다. 민주당 의원 110여 명은 이날 오후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나쁜 정치를 검찰이 하고 있다”(박광온 원내대표) “피도 눈물도 없는 짐승 같은 정권이 끝내 부당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주당이 똘똘 뭉쳐 반드시 막아내겠다”(정청래 최고위원)라고 했다. 김원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아”라며 원색적으로 검찰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부결 투표를 약속 받는 릴레이 인증에 돌입했다. 의원들은 이들에게 “부결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길” “위기일수록 단합된 힘으로 싸워야 한다”라며 부결을 약속했다.
비명계는 ‘부결론’에 힘이 실리는 상황을 우려하며 “이 대표가 직접 나서 의원들에게 가결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이 대표가 병상에서 직접 가결을 호소한 뒤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당당하게 영장이 기각돼 풀려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도 통화에서 “그렇지 않아도 영장 청구 시점과 이 대표 병원 이송 시점이 맞아떨어져 ‘방탄 단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마저 지키지 않으면 ‘쓰레기 정치인’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민주당 “檢, 당 분열 노린 정치적 올가미”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형사사법의 원칙’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형사사법이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돼선 안 되고, 피의자에게 법령상 보장되는 권리 외에 다른 요인으로 형사사법에 장애가 초래되면 안 된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소환 통보를 받고 시작하는 단식은 처음 본다”며 “과거에도 힘 있는 사람들이 죄짓고 처벌을 피해 보려 단식하고, 입원하고 휠체어 타는 사례가 많이 있었지만 성공하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검찰의 출석 요구 다음날부터 단식을 시작하는 등 의도적으로 구속영장 청구 시점을 늦추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선 검찰의 영장 청구가 이 대표 구속 보다는 당의 분열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굳이 정기국회 회기에 체포동의안을 보내겠다는 것은 정치행위”라며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니 어느 길이든 민주당을 궁지로 밀어 넣으려는 정치적 올가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당 관계자도 “체포동의안 표결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기국회 때 굳이 영장을 쳤다는 것은 그만큼 검찰이 이 대표를 구속시킬 자신이 없다는 방증”이라며 “‘방탄 단식’ 논란으로 당이 사분오열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검찰 입장에서는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면 좋고, 부결되면 더 ‘땡큐’ 아니겠느냐”며 “결국 당이 검찰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추는 상황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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