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손 뗐다’던 위키트리, 양평원장 시절 블로그 글 ‘복붙’ 기사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1일 03시 00분


‘金 외부매체 연재 글’ 홍보기사도
金측 설명과 달리 ‘영향력 행사’ 의혹
金, 다문화 아동에 “튀기” 지칭 논란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공동 창간한 온라인 뉴스 매체 ‘위키트리’가 2015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 블로그의 글을 그대로 복사해 기사로 내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에는 김 후보자가 외부 매체에 연재한 글을 위키트리가 홍보하기도 했다. 모두 김 후보자가 양평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점이다.

위키트리는 2015년 7월 13일 ‘양평원, 2014 공공기관 경영평가 A등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런데 통상 육하원칙에 따라 서술되는 기관 동정 기사와 달리 이 기사의 문체는 ‘축하해 주세요!’ ‘자랑 사진 투척합니다∼!!’ 등을 사용하고, ‘홍홍홍’과 같은 의성어도 사용됐다. 말미엔 ‘#김행원장님’이라는 해시태그도 달려 있다.

통상적인 기사 작법과 다른 이 기사와 글과 사진 구성에서 완전히 동일한 게시물이 양평원 블로그에도 올라 있다. 이 게시물은 위키트리에 해당 기사가 올라가기 8분 전에 게재됐다. 양평원 블로그에 글이 게재된 직후 위키트리가 ‘복붙(복사해 붙여넣기)’해 기사로 내보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위키트리는 같은 해 3월 2일에도 양평원 블로그 글을 그대로 기사로 내보냈다.

위키트리는 또 2014년 김 후보자가 외부 매체에 연재하는 글을 홍보하는 기사도 20차례 이상 내보냈다. 이들 기사 하단의 ‘기자 홈’ 버튼을 클릭하면 ‘김행’이라는 바이라인(기자 이름)과 함께 김 후보자 개인 메일 주소가 뜬다. 이 가운데는 “결론은 예뻐야” 같이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기사도 있었다. 2013년을 기점으로 위키트리 운영에서 손을 뗐다는 김 후보자 측 설명과 달리 위키트리가 계속해서 김 후보자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동아일보는 김 후보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2013년 남편의 위키트리 주식을 시누이에게 판 것으로 나타나 주식 ‘파킹’(잠깐 맡김)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20일 입장문에서 “결단코 ‘주식 파킹’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다문화 혐오 및 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해 다문화 정책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의 자격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2012년 위키트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국의 입양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문화 아동을 두고 ‘튀기’라고 지칭했다. 같은 해 다른 방송에선 “너무 가난하거나 남자가 도망갔거나 강간을 당해 (여성이) 임신을 원치 않을 경우에도 우리 모두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tolerance·관용)가 있다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해당 발언에 대해 “모든 생명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김 후보자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을 찾아 “잼버리 파행 책임 소재는 감사원 감사로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행#위키트리#양평원장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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